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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헤드라인] ‘상승 조짐’ 부동산시장, 여러 악재 견뎌낼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 1년 만에 하락 국면을 벗어나고, 거래량마저 받쳐주면서 매수심리 개선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높은 분양가와 늘어나는 거래량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이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가계부채마저 급격히 늘어난 데 이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도미노처럼 확산할 조짐도 보여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한 우리나라 역시 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값 14개월 만 상승 ‘전환’
매매거래량ㆍ아파트 분양가 모두 ↑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년여 만에 하락 국면을 벗어나 되레 오름세를 보이면서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달 21일 부동산R114가 발표한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에 따르면 지난달(7월) 서울은 0.01% 오르면서 지난해 5월 0.09%를 기록한 이후 14개월 만에 상승으로 반등ㆍ전환했다. 서울 구로구ㆍ성동구ㆍ용산구ㆍ종로구ㆍ중구 등은 하락을 멈췄고, 서대문구ㆍ중랑구의 경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 마감했다. 특히 강남구ㆍ송파구ㆍ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 3구’는 그간 다른 지역들보다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깊고 속도 역시 가파르게 진행되며 지난해 12월에만 –0.63%까지 빠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낙폭을 줄이더니 6월 들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반등을 주도했다.

 

또 매매거래량 역시 눈에 띄게 대폭 늘어나며 메말라 있던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7월까지 서울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만13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매거래량인 1만1958건보다 68.3% 늘어난 수치다. 아직 8~12월이 남아 있는 만큼 올해가 다 끝나는 시점에서는 지난해보다 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거래량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송파구가 1692건의 거래량을 일으키며 가장 활발하게 매매가 이뤄졌으며, 노원구(1452건), 강동구(1364건), 강남구(1315건), 성북구(1076건), 영등포구(106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월별로 따져 봐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월 2456건, ▲3월 2983건 ▲4월 3186건 ▲5월 3432건 ▲6월 3851건 ▲7월 3436건(22일 기준)으로 거래량 신고기한인 30일으로 기준으로 집계할 시, 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되는 등 월별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전국적으로 민간아파트 분양가도 5개월 연속 오르며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492만7000원, 3.3㎡당 1625만9100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동월(440만4000원) 대비 11.86%나 상승한 수치다.

 

서울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 역시 지난 7월을 기준으로 3192만7500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보다 13.16% 올랐고,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도 2251만2600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10.89% 상승했다.

 

업계는 대내외 요인으로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이 이뤄졌고 이로 인한 건설 원자잿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등으로 공사비 인상이 겹치면서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증가하는 가계 빚… 주택담보대출 역대 ‘최대’
전문가 “부동산시장 상승 기대감 서려 있어”

 

현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분양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해도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서울 주요 고가 단지 위주로 가격 상승세와 매매거래량을 늘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도시정비사업 시행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까지 가능해지면 서울 일대 사업지들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ㆍ외 리스크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가계신용 잔액이 올 2분기(4∼6월) 기간 9조5000억 원 증가하며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4조 원 넘게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해 1분기(1∼3월) 각각 0.2%와 0.8% 빠지면서 점차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듯했으나, 9조5000억 원(0.5%)이 다시 늘었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 2분기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 대비 14조1000억 원 늘어난 1031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여전히 금리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추후 집값이 상승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매우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아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귀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 전문가는 “가계 대출을 늘린 주범은 가계대출,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로 결국 영끌족이 고개를 든다는 것은 집값 상승세가 확인됐거나 부동산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고금리 상황에서 자칫 시장에 문제가 생겨 집값이 폭락하며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에게 또다시 고난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폴트 위기 빠진 中 부동산시장… 빨간불 켜져
정부 “국내 영향 제한적일 것… ‘중국 경제 상황반’ 가동”

 

여기에 중국발(發) 부동산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021∼2022년 발행된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 등 비구이위안의 약 3조 원에 달하는 채권 거래가 이날부터 중단됐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매출 1위 부동산 개발업체로 최근 유동성 악화 속에 지난 7일 만기인 달러 채권 2건에 대한 이자인 2250만 달러(약 296억 원)를 갚지 못한 상태다. 앞으로 30일간의 유예기간 내 채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부도)가 현실화된다.

 

여기에 국유기업인 중국생명보험 계열의 부동산 개발업체 위안양 그룹 역시 2024년 만기 예정인 금리 6% 어음 2094만 달러(약 279억 원)를 상환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됐다. 지난달(7월)엔 중국 내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다 그룹도 한때 디폴트 위기까지 갔으나 계열사 지분 정리로 부도를 모면한 바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현재 중국의 부동산발 위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금융ㆍ거시경제 당국이 모인 ‘중국 경제 상황반’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000억 원으로 크지 않아 당장 영향받을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상황은 가변적인 만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의 대중국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당장 중국의 상황이 우리 금융시장이나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중국 관련 당국과 금융기관의 대응 등을 지켜봐야 해서 어떤 한 방향으로 예단하기는 어려워 모니터링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값 반등과 맞물려 올해 2분기 가계 빚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3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사진=아유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