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기획] 중ㆍ소 건설사 줄도산 우려… 경영난 소용돌이 속 한국 건설업계에 드리운 ‘안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온기를 띄면서 활발해지고 있지만 일부 건설사의 경영 상황은 더 어려워지면서 국내 업계에 드리운 안개가 오래갈 전망이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온기를 띄면서 더불어 청약시장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중ㆍ소 건설사들의 경영 상황은 나날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드리운 안개가 오래갈 전망이다.

 

브릿지론ㆍPF대출 금리 부담ㆍ높아진 대출 심사ㆍ원가 상승ㆍ미분양 가능성 ↑
착공 급감ㆍ공사 지연 및 중단… ‘돈맥경화’ 심화

 

지난 16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는 총 332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8건에 비해 86.5%가 급증했고 올해 월평균 50곳에 육박하는 종합건설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이번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원인으로 국내 건설 시장이 깊은 불황에 빠졌던 2011년(같은 기간 351건)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업 침체가 시작된 작년 한 해 동안 폐업한 종합건설사가 362곳이었던 점을 미뤄볼 때 폐업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어 같은 기간 토목ㆍ건축ㆍ환경설비ㆍ조경ㆍ포장 등 전문건설업체(하도급) 폐업은 총 1862곳으로 2022년 동기보다 21.6%가 증가했다.

 

폐업 건설사 급증 원인으로는 ▲브릿지론 ▲PF대출 금리 부담 ▲높아진 대출 심사 ▲원자재 원가 상승 ▲미분양 가능성 증가 등으로 지목된다. 신규 착공은 줄고 공사가 중단되는 건설현장이 늘어나면서 중ㆍ소 건설업체들의 자금 회전력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방 사업현장에서는 시공자들의 시공권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택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으나 수도권보다 일부 지방 지역에서 미분양이 쌓이면서 청약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까지 이어지며 시공자들은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지만, 조합원들은 침체한 시장 상황 속 원가 인상을 꺼리거나 아예 시공자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하자 건설사와 조합 간에 갈등이 깊어지며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도 길어졌지만 이미 투입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조합 운영비로 인해 포기할 수 없는 현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HUG가 도시정비사업지 대출 보증을 승인해준 곳은 총 48곳인데 2020년(66곳), 2021년(67곳)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사업비 대출 보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 진행이 더뎌지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지방에서 사업 난항을 겪는 곳들은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ㆍ소 건설사들의 사업장인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자금 회전이 어려운 건설사 규모 특성상 사업성이 낮은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다 보니 미분양 가능성 또한 커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중ㆍ소업체의 경우, 신용도가 낮다 보니 대형사 연대보증 없이는 브릿지론 연장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회사 운용자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게 대다수 업체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부 건설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대기업ㆍ서울 위주”라며 “하반기에 상황이 더 악화되면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행자 부도, 중견 및 중ㆍ소 건설사 도산, 부동산신탁사 부실 증가 등의 악순환이 현실화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건설업 하반기도 부정적 평가’
신용등급 하락 시, 차입금 및 회사채 이자 비용 커져
전문가 “사업자금 및 기업 운전자금 지원 등의 개선안 마련해야”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건설사 신용도까지 낮아지며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7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ㆍ한국신용평가ㆍNICE신용평가)는 건설업 하반기 사업환경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상반기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은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현대산업개발 ▲일성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의 경우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신용등급 하락 시, 문제는 차입금 및 회사채 이자비용이 높아져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8월 주택사업자 자금 조달지수도 전월 대비 83.6에서 74.6으로 9p가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유동성 부담이 많이 증가한 중견급 이하 건설사의 경우,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하반기에도 수익성 저하, 공사비 회수 지연, 조달환경 악화로 인한 재무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유관 업계 전문가는 “"주택건설시장 자금난, 건설 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 미분양 물량 적체, 건설 수주 악화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은 지속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약 99%에 달하는 기업이 중ㆍ소기업임을 고려하면 건설기업이 겪고 있는 경영상 어려움은 더욱 심각해져 사업자금 및 기업 운전자금 지원 등의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