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며 우려했던 ‘역전세’가 다소 주춤하는 가운데 ‘집값 바닥론’ 소식이 퍼지자 한동안 잠잠했던 ‘갭투자’ 현상이 수면 위로 올랐다.
전세가격 상승에 다시 떠오른 ‘갭투자’
서울ㆍ경기 화성ㆍ평택 등 수도권 중심 ↑
지난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7월 24일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 후 7주 연속 연일 오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승폭도 점차 확대되며 이달 4일에는 0.09% 상승했고 서울만 한정해도 16주 연속 전세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약 2년 전 고점에서 체결된 전세거래의 만기가 돌아오는 올 하반기에 ‘역전세 대란’ 여파가 클 것으로 유관 업계가 예상했으나, 최근 아파트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하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등 전망과 달리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매매가격 상승 기대감과 함께 아파트 전세 수요 유입 타이밍이 맞춰져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는 ‘갭투자’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에서 갭투자 활동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이 일어난 지역은 경기 화성시로 전체 매매 5145건 중 332건이 갭투자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시 이외에도 ▲평택시(241건) ▲시흥시(223건) ▲인천광역시 연수동(223건) ▲성남시 분당구(220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화성시 한 단지는 올해 6월 95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던 매물이 지난달(8월)에는 1억 원에 임차인과 계약됐다. 이는 매매가격이 전세 대비 500만 원이나 낮은 셈이다.
전세시장의 반등세를 보이는 서울 아파트 또한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빠르게 오르는 등 전세가율도 상승하면서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갭투자 거래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이후 서울에서 갭투자로 판단되는 거래가 송파구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1349건 거래 중 150건이 갭투자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뒤이어 ▲강동구(139건) ▲강남구(121건) ▲노원구(116건) ▲서초구(108건) ▲마포구(98건) 순으로 강남 4구 포함 강북 일부 지역에 갭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내에서 갭투자 거래가 가장 많았던 송파구는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면적 83㎡가 지난 7월 19억4500만 원에 매매로 거래됐는데 해당 가구는 이어서 8월, 16억9500만 원에 전세계약이 거래돼 2억5000만 원의 차이가 있었다.
서초구 역시 2019년에 준공된 50가구 규모의 ‘서초노블레스’ 전용면적 28㎡가 지난 8월 말 5억5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며칠 뒤 전세로 5억 원으로 신고됐다. 면적이 작아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500만 원 갭투자가 이뤄진 것이란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원구의 경우 7억 원 이하 거래가 많았으며 투자금이 가장 적었던 거래는 중계주공2단지 전용면적 44㎡로 올해 6월 3억7000만 원에 손바뀜 후 열흘 뒤에 3억5000만 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2000만 원으로 갭투자를 한 건이었지만, 역시 비교적 최근 전세 시세였던 1억5000만 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계약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의 상처가 남아있는 강서구 화곡동도 지난달(8월) 역시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10만 원에서 50만 원에 불과한 소형아파트 거래가 2건이 체결되기도 했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입지 조건 등을 따지지 않고, 최소한의 액수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곳들을 물어오는 전화가 많다”면서 “집 마련에 나선 무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까지 줄어들면서 투자수익을 내려는 다주택자까지 가리지 않고 매물을 문의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갭투자 수요 증가 요인은? “정책 완화ㆍ월세서 전세 이동”
전문가 “갭투자 늘어날 것… 금리 인상 등 고려해 투자 신중해야”
갭투자 수요가 증가한 주된 요인은 종부세 부담 완화ㆍ정부 정책으로 인한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짐에 따라 소형주택에 다주택자들의 갭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지목됐다.
앞서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와 같은 60%를 유지하기로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의 비율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주택 보유자가 내야 하는 세금이 높아지는 구조로 올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고 종부세율 인하와 공제금액 인상도 마무리되면서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80%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행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어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DSRㆍRTI)를 완화하는 등 역전세 대책을 내놓은 데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3%대로 낮아지면서 깡통전세 위험과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로 월세에서 전세로 다시 임차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가격이 많이 오르고 매매가격과 갭이 줄어든 만큼 갭투자 시도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라며 “구축 전세도 1억 원씩이나 상승해 다주택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규제지역이 해제돼있는 상황에서 현재는 2억 원을 주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나중에는 1억 원을 주고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갭투자에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세가격에 고점이었던 2021년 4분기 체결 거래 만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만큼 역전세 우려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전세난은 2년 대비 기준으로 따지는 것”이라며 “전셋값이 지금 오른다고 해서 역전세난이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전보다는 전세가격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서 그는 “지난해 전세가격이 워낙 급락해 올해 들어 시장이 반등세를 보이는 것뿐이다”라며 “아파트 역전세난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되고 특히 전세가격 고점 계약은 2021년 4분기가 많았던 만큼 올해 4분기에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불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갭투자를 하다가 매매가격이 하락할 경우, 큰 투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라며 “아직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히 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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