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맞서 이전과 판이한 양상을 띠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물가는 폭등하고 연이어 금리가 인상되면서 부동산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직격탄을 맞았고 이에 집값 하락은 물론 분양시장의 부진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등 전반적인 모습이 매우 비관적인 상황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당장 해결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본보는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부동산시장 내 크게 주목을 받았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역대급’ 집값 하락… 전 정부 때와 분위기 판이
금리 인상, 시장 분위기 통째로 바꿔
올해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끝을 모르고 올라가던 집값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가격은 1월부터 11월까지 4.7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며 해당 기관이 2003년 12월 처음 시세 조사에 나선 이후 연간 기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특히 월간주택가격동향을 봐도 지난달(11월)에만 전국 아파트값은 2.02%나 빠지면서 이 역시 월별 기준 역대 최대폭의 하락을 보였다. 이달 들어서도 매주 사상 최대치의 하락을 예상하는 예상이 많아 올해 최종적으로 연간 누적 변동률이 7% 안팎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매매 거래량마저 과거보다 ‘뚝’ 떨어지며 사실상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만 해도 부동산시장 최대 이슈 중 하나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일 정도로 아파트 가격 상승 분위기 속에서 많은 수요자가 집을 사는 데 여념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집값이 무서울 정도로 하락하고 있어 1년 새 뒤바뀐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시장 역시 경착륙과 위기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주택 매수 심리가 매우 위축되고 있어 향후 시장 전망 역시 비관적인 것이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집값 하락 등 부동산 침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을 두고 일부 관계자들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을 꼽는다.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당시 각국은 앞다퉈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만들어버리는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돈이 시중에 풀리면서 투기꾼들은 물론 실수요자들마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대출을 통해 집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매수자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거품을 형성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즉, 부동산시장을 포함해 자산시장에 가격 거품이 형성됐으며 가계와 기업의 부채는 급증했고 물가도 치솟은 것이란 분석이 많다.
문제는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부양 정책이 급격한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넘치던 유동성이 회수되기 시작했고 물가 상승 등을 잡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이하 연준)가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달러 초강세가 시작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400원대를 훌쩍 넘었고, 물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상당수 전문가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해 2.5%에서 2.7%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하지만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금리차로 인한 자본 유출을 우려한 한국은행 역시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는 연 7%를 넘어선 상황이다.
높아진 금리에 전세의 월세화 ‘가속’
깡통전세, 전세 사기 기승에 ‘골머리’
고금리 기조에 전세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 부담이 덩달아 높아지자 전세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계약을 꺼리면서 전세가격 역시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되레 전세보다는 상대적으로 재정적 부담이 적은 월세 계약이 늘어나고 있다.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를 살펴봐도 올해 전국 종합주택 전세가격지수는 104.4에서 시작해 지난 6월까지는 104.3으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8월 103.6 ▲9월 102.9 ▲10월 100.9 ▲11월 99.1을 기록하면서 큰 폭으로 내렸다.
반면, 월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75% 상승한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최근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를 봐도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전ㆍ월세 거래량 20만5206건 중 월세 비중이 51.8%를 찍는 등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p 오르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즉, 빠른 속도로 전셋값이 떨어지자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집주인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급격히 오르면서 전세와 비교하면 부담이 적은 월세를 찾는 수요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문제는 전세보증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다. 전세보증금이 집값과 빚의 차액을 초과해 보증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깡통전세’와 더불어 임차인이 전세계약 전에 보유한 집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일으킨 후 세입자를 구하고 전세보증금을 고의로 반환하지 않는 전세 사기 등의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부동산시장은 금리 인상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아직 추가 인상이 예상돼 앞으로도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면서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시장 내 불법적인 행위는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시즌 내내 부진한 ‘분양시장’
러시아-우크라 전쟁, ‘레고랜드’ 사태 여파 등으로 건설사 어려움 ↑
이뿐만 아니다. 아파트 청약시장도 사실상 한파 수준으로 얼어붙은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달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4만7217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1년 전 1만4075가구였을 때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치로 당장 전월(9월) 4만1604가구 대비 13.5% 증가해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청약경쟁률이 높게는 ‘몇백 대 1’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상황이 이러자 아파트 미분양 공포가 건설사들의 숨통을 조이면서 분양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레고랜드로 시작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으로 주요 건설사들의 자금 회전이 난관에 봉착했다. 안 그래도 올해 2월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건자재 대란’으로 자재 가격 폭등에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았던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악재가 쏟아진 올해였다. 이 같은 상황을 입증이라도 하듯 올 하반기 충남지역 6위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부도 처리됐고, 경남지역 도급순위 18위인 동원건설산업도 도산한 바 있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지금처럼 하락을 이어가면 내년(2023년) 2월로 몰려있는 부동산 PF 상환마저 차질을 빚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어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제아무리 정부가 대책을 세워도 자금 흐름을 개선하기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워낙 녹록지 않다. 되레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건설사들의 연쇄도산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내년에도 위기는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와 업계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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