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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특집] 재건축 규제 잇따라 ‘완화’… 시장 내 파급력은?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를 보여 도시정비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연이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도시정비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전진단 기준 대폭 ‘손질’… 업계, 주택 공급 과잉 우려

먼저 정부가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토부는 구조안전성 점수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점수는 각각 30%로 높일 예정이다. 조건부 재건축 점수 범위는 45~55점으로 조정해 45점 이하는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또 조건부 재건축은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하는 경우만 공공기관이 적정성을 검토한다. 공공기관이 적정성을 검토할 때도 1차 안전진단 내용 전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사항만 분석한다.

공공기관은 민간진단기관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해 평가 방법, 오류 사례 등을 전파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할 경우 안전진단 전에 공공기관이 지방자치단체와 선정된 민간진단기관을 대상으로 안전진단 수행 계획서에 대한 컨설팅도 지원한다. 또한 민간진단기관에 대한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합동 실태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부실 안전진단 적발 시 엄중처벌하고 제재도 강화한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인 만큼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재건축 시행 시기도 조정할 계획이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는 시ㆍ군ㆍ구청장이 지역 내 주택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비구역 지정을 1년 단위로 조정할 수 있게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종합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할 때는 국토부 장관, 시장ㆍ도지사가 지정권자에게 정비구역 지정 시기 조정을 권고한다.

특히 이번 개선 방안 중 개선된 평가항목 배점 비중과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적용하면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크게 늘어 재건축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2018년 3월 이후 현행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을 완료한 단지는 46개다. 이 중 유지보수로 판정된 25개 단지는 재건축 진행이 어렵고 조건부 재건축을 통보받은 21개 단지는 재건축 진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개선된 평가항목 배점 비중과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적용하면 유지보수 11개 단지, 재건축 12개 단지, 조건부 재건축 23개 단지 등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는 단지가 늘어난다.

이번 개선 방안의 핵심인 평가항목 배점 비중, 조건부 재건축 범위, 적정성 검토 등은 현재 안전진단 절차를 진행 중인 단지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아직 적정성 검토를 마치지 않은 단지에도 이번에 조정된 평가항목 배점 비중과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적용해 재건축 판정을 다시 한다.

국토부는 이번에 개선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이달 중 행정예고 한 뒤 내년 1월 중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1기 신도시에서도 도시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이번 개선 방안의 적용 효과 등을 분석하고 2023년 2월 발의될 예정인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 방안은 그간 과도하게 규제가 강화돼 재건축 첫 관문 통과가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라며 “이번 개선 방안이 시행되면 도심 주택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 여건이 개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선 방안을 두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1기 신도시 주민들은 구조안전성 부분 가중치가 하향 조정된 점은 좋게 평가했지만 주거환경 부분의 가중치가 30%로 제한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건축 규제 완화로 주택이 남아도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20일 기준 고양 일산동구 1기 신도시는 약 10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됐고 고양 덕양구 창릉동 3기 신도시는 약 3만80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이 사업들이 맞물리면 약 15만 가구가 공급된다.

이에 대해 1기 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을 시행하면 1기 신도시는 지금보다 약 2.5배의 가구수가 증가하게 되는데 완화된 재건축 규제를 적용해 사업을 진행하면 3기 신도시 사업과 맞물려 주택 공급 과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재건축만 시행하기보다 리모델링 등 대안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아파트지구 ‘폐지’… 한강변 주택용지 공공기여 ‘유연화’

서울시도 규제 완화 기조에 동참해 지난해 폐지한 아파트지구제도를 용적률, 높이, 용도 등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변경한다.

지난 9일 서울시는 지난해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전환지침’을 마련한 이후 변경된 정책을 반영해 추가로 지침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아파트지구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도시관리계획 부문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한다. 서울시는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토지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발 기본계획의 모든 용지를 획지로 전환한다. 재건축 주택용지는 신속한 정비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고 지구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한강변에 일률적으로 부여됐던 공공기여 15% 의무 규정도 주변 기반시설 현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심의를 진행하도록 변경됐다. 이에 따라 꼭 필요한 기반시설이 확보되고 사업성도 향상될 전망이다. 기존 중심시설 용지는 주거전환을 허용하고 최고 높이도 입지별 특성을 고려해 지상 40m까지 유연하게 적용한다. 일부 아파트지구에만 남아있는 개발 잔여지도 용도지역 용도ㆍ밀도 등 일반적 기준을 적용하고 최고 높이도 40m까지 허용한다.

인근 주택 단지와 통합 재건축하거나 일정 규모(5000㎡ 또는 100가구) 이상을 개발하는 중심시설 용지ㆍ개발 잔여지는 기존 주택용지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이 같은 개선 방안을 적용하면 아파트지구와 도시관리계획 중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서울시는 아파트지구별 지구단위계획 결정과 아파트지구 폐지 결정 고시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서울 14개 아파트지구 재건축이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아파트 밀집지역에 대한 도시관리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 노후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관련 규제를 개선해 재건축시장이 활성화되더라도 집값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구단위계획 통과나 관리처분인가 등 재건축시장 호재로 꼽혔던 소식들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조합은 일반분양 전까지 대출받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데 최근 급격하게 금리가 인상돼 이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통상 무이자로 빌려줬던 이주비도 조합원이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조합원들이 부담이 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규제 완화는 서울 노후아파트와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달 9일 기준 서울 아파트지구 현황. <제공=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