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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기획] 부동산 빙하기 해소될까?… 징벌적 부동산 세제 폐지 ‘수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자 정부가 징벌적인 부동산 세제 손질에 나섰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정부가 부동산시장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다주택자를 겨냥해 도입한 징벌적 세금을 폐지 또는 완화하고 나섰다.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ㆍ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 중과 폐지 또는 완화에 이어 취득세 중과까지 없애겠다는 뜻이다.

다주택자 취득세율 최고 12%→4%… 업계 “단순 누진세율 문제 많아”

지난 14일 유관 업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주택 취득세율은 8%,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법인 12%다. 1주택자는 주택가격에 따라 1~3%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이를 3주택자까지는 주택가격에 따라 1~3%, 4주택자 이상은 4%의 취득세를 내도록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취득세 중과세율 폐지를 검토하는 이유는 활기를 띠던 부동산시장이 갑자기 침체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인하해서라도 급격히 위축된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서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 2020년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세율을 대폭 올린 7ㆍ10 부동산 대책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은 추가 논의를 거쳐 내년 취득세 중과세율 폐지가 담긴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취득세 중과제도 개선 필요성을 계속 제기해왔다. 주택가액 구간마다 다른 세율이 적용되는 초과 누진세율이 아니라 취득가액에 따라 가장 높은 세율만 적용하는 단순 누진세율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0.1~0.4%에 달하는 지방교육세와 최대 1%의 농어촌특별세까지 더해져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은 과거 저서에서 “취득세 부담이 커지면 재산 거래 비용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위축되고 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라며 “동일 자산 내에서 세율을 다르게 하고 그것도 초과 누진세율이 아닌 단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이 떨어진다”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직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3주택 이상 최대 30%p)을 1년간 배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세법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최고 6%)을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 대상 부동산 취득세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달 15일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경제 약자인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게 시장의 법칙이다”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덜어줘 임차인들이 저가로 임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정부, 양도세ㆍ종부세에 이어 취득세율도 ‘손질’… 업계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변수’”

취득세 중과제도 폐지는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안이지만 한동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종부세나 양도세 등 다른 부동산 관련 세금 정상화가 더 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지난 5월부터 1년간 유예한 데 이어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논의도 국회에서 이뤄지면서 정부는 취득세 중과 폐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가격이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는 지금이 규제를 완화하기 좋은 적기라고 판단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규제를 해제한다고 해서 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겠지만 가격 상승기의 지나친 규제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65% 떨어졌다. 29주 연속 하락했고 낙폭은 6주 연속 사상 최대의 기록을 경신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국 44만9967건, 서울 1만362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7%, 70.3%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부진하리라 전망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가 폐지되면 세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3주택자가 10억 원 주택을 매수하면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등까지 최대 1억3400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7ㆍ10 부동산 대책 이전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면 납부하는 세액이 4000만 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다주택자 부동산 취득세 중과세율 완화 의지는 분명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변수다. 취득세는 지방세로 올해 부동산 거래 급락으로 내년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득세율까지 개편되면 세수가 더욱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 상황이나 국가 경제를 봐서는 야당도 동조해야 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은 반반이다”라며 “공시가격을 낮추기로 한데다가 취득세마저 낮추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가 줄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