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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특집] 위축된 2030 영끌족?… 어려워진 ‘내 집 마련’

올해 1~10월 30대 이하 주택 매입 비중이 2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젊은 세대들의 주택 매입이 대폭 줄어들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으로 불리는 2030세대의 주택 매입 비중이 올해 역대 최저치를 나타나면서 위축된 부동산시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낀 젊은 청년층들이 몸을 사리면서 그동안 내 집 마련에 혈안이 돼 있던 수요층조차 앞으로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특히 아직 끝나지 않은 금리 인상 기조가 자산시장을 드리우고 있는 만큼 긴축 정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시장에 적극적인 매수세가 들어오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상당하다. 본보는 2030 젊은 세대들의 주택 매입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주요 원인과 앞으로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예상해 봤다.

30대 이하 주택 매입 비중 ‘역대’ 최저

유관 업계 “시장 주도하던 2030세대 ‘영끌’ 열풍 시들해져”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30대 이하 젊은 층의 주택 매입 비중이 2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부동산 전문 업체 경제만랩이 분석한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주택매입거래량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44만9967건을 기록했고, 이 중 30대 이하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만8638건으로 전체 비중의 24.1%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부동산원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9년(1~10월 기준)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로 그만큼 20대와 30대들이 집을 마련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들여다보면, 서울의 경우 30대 이하 주택 매입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1~10월) 32.1%에서 28%로 4.1%p 감소했고, 인천광역시는 27%에서 25.2%로 1.8%p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31.7%를 유지했지만, 올해에만 27.5%로 전년 대비 4.3%p 급락하면서 수도권 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지방의 경우 대전광역시는 같은 기간 28.5%에서 23.6%로 떨어지며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내린 지역으로 조사됐다.

유관 업계 전문가들이 더욱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부분은 이 같은 거래절벽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서울만 봐도 전국적으로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2030세대의 거래 매수 건수가 매달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달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기준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거래 건수는 전체 234건으로 집계돼 전달인 9월 297건보다 21%나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기간을 늘려서 추세적으로 봐도 ▲5월 886건 ▲6월 499건 ▲7월 329건 ▲8월 259건 ▲9월 297건 ▲10월 234건으로 8월과 9월 사이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한 것 말고는 5월 정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저점을 경신하는 모양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서울 외곽지역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가격으로 30대 이하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노원구ㆍ도봉구 지역 거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노원구는 올해 4월 89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0월 17건으로 81% 급감했고,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29건에서 7건으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 ‘활황’ 같은 부동산시장의 주요 고객이었던 2030세대들이 당시에는 너도나도 ‘영끌’까지 감행하며 시장 폭등을 부추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열풍이 완전히 식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래량 자체가 매수 심리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만큼 거래량이 급감했다는 것은 수요자들은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앞으로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귀띔했다.

금리 인상 기조에 청년들 매수 심리 ‘뚝’

정부, 청약제도 ‘손질’… 청년층 ‘내 집 마련’ 문턱 낮춰

그렇다면 이처럼 젊은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동력이 위축된 요인은 무엇일까. 결국은 경제를 둘러싼 대ㆍ내외적 문제들이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매수 심리를 차단하고 관망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을 꼽을 수 있다. 높아진 대출 이자로 그간 무리하게 대출을 감행한 2030세대들이 이자를 갚는데 급급한 상황이 됐고, 여기에 집값 하락세마저 겹치면서 주택 매입 가능성 및 의향이 없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많은 자산을 가진 현금부자가 아니라면 대출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데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부모 세대보다 재정적으로 현저한 한계가 있는 젊은 층들이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 무리한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지금처럼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더해 앞으로도 현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특별한 동력이 발생하지 않는 한 거래절벽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물론 정부가 지난 8월 지역과 상관없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를 적용하는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2030세대들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계속된 금리 인상 기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한 만큼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 역시 지배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작년까지만 해도 재건축 단지들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의 매수 문의가 적지 않게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자금 마련 부담이 가중돼서인지 거래 자체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내년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추후에도 급격한 매수 심리 위축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얼마든지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라고 귀띔했다.

일단 정부는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위한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당장 기존 청약제도를 손질하고 2023년 4월부터 전용면적 60㎡ 이하의 경우 일반공급 당첨자 중 60%, 60㎡ 초과~85㎡ 이하의 경우 30% 등이 추첨을 통해 당첨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공동주택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일반공급 시 모두 가점제로 진행해왔지만,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중ㆍ장년층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청년층 역시 당첨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기존 청약제도를 개편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부터 청약 가점이 낮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아유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