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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헤드라인] ‘베일 벗은’ 11ㆍ10 부동산 대책, 시장 내 파급력 있을까?

지난 1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제공=기획재정부>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윤석열 정부는 주택 공급 기반 위축을 막고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규제지역 해제 ▲대출 완화 ▲보증 확대 등 크게 세 가지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정책 개편안을 내놨다. 이른바 11ㆍ10 부동산 대책으로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온 강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공급을 늘려 침체된 시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그간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이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고통과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수반된 만큼 환영하는 분위기와 사실상 이번 대책의 실효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11ㆍ10 부동산 대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는지 살펴봄으로써 시장에 미칠 영향력 역시 예측해 보고자 한다.

 

서울 등 4곳 외 모든 규제지역 ‘해제’
내달 규제지역 무주택자 LTV 50% 시행

 

이달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등을 비롯한 관련 부처는 제3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확정했다. 심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거래 급감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 가운데 그간 규제지역으로 묶여있던 지역을 해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인 경기 성남시ㆍ과천시ㆍ하남시ㆍ광명시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이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

 

먼저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수원시, 안양시, 안산시 단원구, 구리시, 군포시, 의왕시, 용인시 수지구ㆍ기흥구, 화성동탄2 등 경기 9곳을 해제했다. 또한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수원시 팔달구, 고양시, 남양주시, 화성시, 부천시, 오산시, 의정부시, 김포시, 광교지구 등 경기 22곳 및 인천광역시 전 지역(8곳), 세종 등 총 31곳이다.

 

반면, 서울과 경기 4곳에 대해 규제지역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로 정부는 서울 주변 지역 파급효과, 개발 수요, 높은 주택 수요 등을 들며 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의 경우, 서울과 연접해 집값 수준과 개발 수요가 높고 서울과 유사한 시기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과천, 성남(분당구ㆍ수정구), 하남, 광명은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해제와 더불어 오는 12월 1일부터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50%로 일원화된다. 이에 따라 투기ㆍ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지고 동시에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에 한해 LTV는 50%까지로 일괄 인상된다. 지금까지는 규제지역, 보유한 주택 수와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적으로 최소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차등 적용해 왔다.

 

이뿐만 아니다. 규제지역 내 실수요자들의 경우 LTV 우대 대출 한도가 기존 4억 원에서 6억 원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우대 폭도 20%p까지 단일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원한다면 6억 원 한도 안에서 최대 70%까지 LTV 적용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이 목적일 경우 주택담보대출 역시 허용키로 했다.

 

‘레고사태’ 자금경색 우려… 5조 원 미분양 PF 대출 보증 신설
전문가 “유동성 위기 빠진 건설사들 당분간 숨 쉴 공간 생겨”

 

더불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경색을 겪는 건설업계에 5조 원 규모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보증도 이뤄진다.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금융기관이 대출까지 중단하자 건설업계의 연쇄적인 도산 위기 우려가 커졌고 정부가 미분양 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설사들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재정적 지원에 나선 것이다.

 

현재 업계 한쪽에서는 부동산시장을 비롯한 경제 상황이 2009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늦어질 경우 건설업계가 총체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PF 부실로 대량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며 중견 건설사 약 10곳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린 전례가 있어 상당수의 전문가는 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PF 대출 보증 정책은 분양가 할인 등 미분양 문제를 해결을 위해 건설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음에도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에 따른 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유관 업계 전문가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계속되는 금리 인상에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전국적으로 미분양 사업장이 꾸준히 늘어나 중소형 건설사들의 경우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일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서 “금리 인상은 실수요자들만이 아니라 건설사들에도 상당한 대출 부담을 안게 만든 만큼 재정적인 측면에서 사업장 중 한 곳이라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회사는 어려워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다행히 정부가 빠르게 재정적인 지원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당분간 버틸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보유세 인하 방안까지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시장 침체 선제적 대응” vs “시장 활성화 효과 제한적일 것”
업계,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화 위한 정책 계속 ‘필요’

 

한편,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 대책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분위기가 포착됐다. 지난해 말부터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 아파트 가격은 끝을 모르고 하향세를 이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속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규제를 이어가는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도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하더라도 부동산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인 아닌 만큼 서민과 실수요자들은 물론 건설업계 위축은 피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대출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만으로도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것을 막고 시장의 활력을 일으킬 수 있다. 시장 내 드리운 공포심리 확산을 차단하는 단기적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이번 대책이 즉각적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집값이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이전 정부 때 지나치게 폭등했기 때문에 여전히 비싼 것이 현실이고 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 역시 커지면서 매수 심리에 영향을 주기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 역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 뻔한 만큼 부동산시장 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되레 이번 정책이 심리적 회복을 통한 기술적인 반등 정도의 일시적 영향력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와 더불어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이 지배적인 만큼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시장 여건상 일회성 극약처방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숨통을 터줄 수 있지만 극히 일시적인 만큼 큰 그림에서 시장의 안정과 실수요자 부담 완화를 목표로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 직격탄을 맞은 건설사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5조 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신설하기로 했다. <사진=아유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