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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기획] 확산하는 역전세 대란… 한국 부동산시장의 미래는?

주택값 급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못돌려주는 '역전세' 현상이 확산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정윤섭 기자] 전셋값 하락으로 올해 하반기 ‘역전세 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미 전국적으로 범위가 넓어져 한국 부동산시장에 드리운 안개가 오래갈 전망이다.

 

예고된 올해 하반기 ‘역전세 대란’… 전세가구 절반이 역전세 우려

 

지난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5025건 중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동일 단지 및 면적과 층에서 1건 이상 거래가 발생한 3만7899건의 보증금(최고가 기준)을 비교한 결과 2만304건이 이전 계약보다 전셋값이 하락했다.

 

역전세란 ‘주택가격 급락으로 현재 전셋값이 계약 당시 가격보다 낮아지는 것’을 뜻하며 역전세가 지속된다면 집주인이 계약이 끝난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역전세가 일어나는 주된 원인은 전세가격이 급락하면서 벌어지는 가격 차이로 지목되며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세가격이 폭등했고 이로 인해 현재 역전세 현상이 많아지는 추세다.

 

앞서 부동산업계는 오는 9월부터 역전세 대란이 올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KB부동산 등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최고가를 기록한 건 2021년 9월로 이 시기에 가격이 6억2689만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듬해 2022년 10월에는 5억 원, 올해 4월은 4억 원으로 하락했는데 최고가를 찍었던 시기 전세사기 여파가 올해 9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역전세 대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집합건물에 대한 입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3045건을 기록하며 역전세는 이미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자치구 중 역전세 현상이 가장 큰 곳은 중구로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곳이 63%에 달했으며 동작구(62%)ㆍ서초구(61%)ㆍ은평구(60%)가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 소형아파트 임대 절반이 월세로 파악되며 전세사기ㆍ역전세 불안으로 젊은 세대가 주로 거주하고 빌라의 대체재 격인 소형아파트 중심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파생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14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렙’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했는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전세 및 월세 거래 5만9324건 중 월세가 2만9604건으로 49.9%를 차지했다.

 

경제만렙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로 전세 자금 대출금리가 내려왔지만 젋은 세대가 주로 거주하는 소형아파트는 전세사기와 역전세 불안감에 월세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전세 현상은 수도권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범위가 퍼지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미분양 폭탄과 함께 역전세도 덮쳤는데 호갱노노 통계상 지난 14일 기준으로 한 달간 신고된 대구 전체 전세거래 1591건 중 절반에 가까운 716건이 하락 거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남 또한 한국은행 경남본부의 부동산 실거래 자료 분석 결과에서 경남지역 전세 절반이 역전세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위험 가구는 14.5%로 전국 평균 8.3%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역전세 비중이 각각 28.3%, 30.8%에 달한다”라며 “역전세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전세난에 빚내는 집주인들’ 전세금 반환 대출 4조 원 돌파

정부, 임차인 고려한 DSR 규제 완화 ‘검토’

업계 “가계부채 리스크 우려”

 

한편,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4대 은행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과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서 신규로 취급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약 4조6934억 원으로 파악됐다.

 

전년 동기 3조4968억 원과 비교해 34.2%(1조1966억 원) 증가한 수치로 올해 1월 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모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은행의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올해 1월부터 5월 기준 2조6885억 원으로 작년 2조6966억 원과 비슷한 규모지만,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HF를 통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은 2조49억 원이다. 전년 대비 전체 공급액 8002억 원의 2.5배에 달했다. 이는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통해 주택 구입 용도를 넘어서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로도 신청할 수 있게 하며 소득 기준을 없애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지 않는 등 문턱을 낮춰 대출 규제를 받는 임차인의 신청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가 가계부채의 거품을 키우는 불안 요인이 되면서 역전세 현상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차주별로 DSR 규제 적용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주인이 자금융통이 안 돼서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부분과 전세금 반환 차액 부분에 대해 대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계약 연착륙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를 더 확대해달라는 임대인 측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는 9월에 예고된 ‘역전세 대란’을 주시해 해결책을 낸 것으로 보이는데 빚을 빚으로 해결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 이유로는 한국의 ‘가계부채’ 우려가 꼽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한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지난해 1800조 원을 넘어섰고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을 합하면 30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전 세계 가계부채 1위를 벗어날 수 없다. 국제금융헙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에서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고 홍콩(95.1%), 태국(85.7%), 영국(81.6%), 미국(73%), 말레이시아(66.1%), 일본(65.2%), 중국(63.6%)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를 웃돈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는 ‘한시적ㆍ예외적 완화’라고 못 박았다. 추 부총리는 “신용과 담보여력을 활용해서 DSR 규제를 일부 완화해 대출 물꼬를 터주겠다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출 관행을 무너뜨리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는 금융회사의 DSR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고 대출 추가 여부는 금융회사가 최종 판단하는 것”이라며 “눈 가리고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닌 은행이 일차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는 것이고 특혜성으로 정부가 세금을 퍼주는 게 아니다. 규제 완화로 사적 거래에 숨통을 트이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임차인을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 전문가는 “DSR 규제 완화는 근본적인 전세시장의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세가율상한제 검토나 전세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에스크로 방식(안전하게 관리한 후 돌려주는 제도) 등의 사전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