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오랜 시간 동안 사업에 진척이 없는 도시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 재개발에는 되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그 이유에 이목이 쏠린다.
재개발만 1년에 한 번 공모 ‘가능’… 서울시 “수시 전환 적극 검토 중”
신속통합기획의 경우 사업의 주체가 민간이고 공공은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뜻한다. 이 제도는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에 개입ㆍ간섭하지 않고 지원해 공공성ㆍ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수시로 할 수 있는 재건축ㆍ모아주택과 달리 재개발은 1년에 한 번만 공모할 수 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는 “신속통합기획 공모에 신청한 재개발 구역은 많지만, 후보지로 확정된 구역은 적다. 탈락한 구역이 많다는 뜻”이라며 “이 같은 점 때문에 신속통합기획은 재개발에 오히려 제동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1년 진행한 신속통합기획 1차 공모에는 주민 동의 30% 이상을 얻은 곳 102곳이 신청을 마쳤다. 그러나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2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1곳은 모두 탈락했고 공모 신청을 다시 할 수 있는 1년을 기다려야 했다. 2차로 진행한 공모에는 52곳이 신청해 25곳이 선정됐다. 1차 공모 선정률은 약 21%, 2차는 약 48%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재개발은 약 10년 이상 정체된 곳이 많아 이곳을 한 번에 풀면 여러 부작용이 예상돼 신속통합기획 신청 횟수를 1년에 한 번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도 재건축이나 모아주택처럼 신속통합기획으로 수시 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3월) 24일 서울시는 설명 자료를 내고 “현재 많은 노후 주거지의 신속한 정비를 위해 재개발도 신속통합기획을 수시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정책 방향을 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약 10년간 정체됐던 재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게 되면 이주난, 전월세난, 난개발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라며 “투기를 위한 수요 유입의 효율적 차단 등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공모를 받아 순차적으로 후보지를 선정해 왔다”라고 덧붙였다.
후보지 미선정 구역들 후처리 방안 재검토도 ‘시급’
업계 “관련 규제 폐지해야”
앞서 서울시 조례나 법률로 정해진 것 없이 공모만으로 진행돼 일부 재개발 추진위는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는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재개발이 활성화됐다는 홍보에만 열을 올릴 뿐 1년에 한 번으로 신속통합기획 전환을 제한한 규제는 여전히 개선하지 않고 있다”라며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 오르지 못한 재개발 구역은 노후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고 1년을 기다린다고 후보지에 선정된다는 보장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구역들이 활기를 되찾기 위해선 방식의 다양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속통합기획만을 통해 재개발을 진행하면 사유재산이 위협되고 주택 공급 속도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 이어진다.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미선정 구역들에 대한 후처리 방안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서울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탈락 구역들은 투기방지를 위한 조치가 적용되는데 이 같은 규제가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최근 신속통합기획 공모 후보지에 선정되지 못한 재개발 구역은 건축허가 제한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2022년 1월 28일에 권리산정기준일이 확정ㆍ고시됐다. 권리산정기준일의 효력은 올해 말까지다.
권리산정기준일은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을 말한다.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매매나 신축 빌라 건설, 지분 쪼개기 등을 하면 입주권을 얻지 못하고 현금청산대상자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후보지에서 탈락한 구역들이 대부분 주민 반대가 심하거나 현금청산 비율이 높은 곳”이라며 “규제에 따라 후보지에서 탈락한 구역 주민들은 권리산정기준일이 지정되고 현금청산대상자가 된다. 게다가 2년 동안 새롭게 분양권을 얻을 수 없어 현금청산대상자가 반대하면 신속통합기획 공모에 다시 도전하기도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미선정 구역에 적용되는 권리산정기준일 관련 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지 탈락 구역에 적용되는 권리산정기준일 효력을 없애 미선정 사유를 해소하고 재공모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광진구 자양4동통합구역은 신속통합기획 1차 공모에서 현금청산 비율 등의 이유로 후보지에서 탈락한 후 권리산정기준일이 변동돼 2차 공모에서 선정됐다. 2021년 광진구 자양1구역과 자양2구역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1차 공모에 신청했다. 하지만 자양1구역과 자양2구역은 현금청산대상자 비율이 높아 주민 갈등이 불거지는 등 사업 실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둘 다 후보지로 선정되지 않았다.
후보지에서 탈락하면서 자양1구역과 자양2구역의 권리산정기준일은 2021년 9월 23일에서 2022년 1월 28일로 재지정됐다. 이에 권리산정기준일이 변동하고 건축허가와 착공이 제한돼 현금청산대상자 비율이 감소했고 2차 공모에서 후보지로 선정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차 후보지에서 탈락한 구역은 3차 후보지 공모까지 권리산정기준일 효력이 발생하고 건축 행위가 제한돼 신속통합기획 동의율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 힘들다”라며 “후보지 탈락 사유가 대부분 주민 반대나 현금청산대상자 비율인 만큼 관련 규제를 폐지해서 탈락 사유를 해소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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