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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헤드라인] ‘암울한 전망’ 올해 부동산시장 부진 계속되나

올해 집값 전망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 90% 이상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 봤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올해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 90% 이상이 올해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이다. 물론 저마다 하락 수치를 예상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올해 주택매매가격 하락은 사실상 피할 수 없다는 게 유관 업계 종사자들의 냉정한 시각이다. 시장의 분위기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시각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이 한목소리로 시장의 하락을 예상하는 현 상황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본보는 유관 업계에 종사하는 다수 전문가가 올해 집값 하락을 예상한 주된 원인을 살펴보고 올해 전망과 함께 이후의 시장 상황 예측을 짚어봤다.

전문가 90% 이상 “올해 집값 하락 예상”
금리 인상 정책… 비관적 전망 주요 원인으로 꼽혀

최근 KB금융그룹이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을 화두로 부동산시장 전문가 161명, KB 협력 공인중개사 540명, 국민은행의 PB(프라이빗뱅커)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2023 KB 부동산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가 올해도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며 압도적으로 집값 하락을 예상했다.

지난 5일 발표된 ‘2023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의 95%, 중개업자의 96%, PB의 92%가 올해 주택매매가격 전망을 두고 ‘하락’에 무게를 뒀다. 특히 수도권은 공인중개사 35%, 전문가 26%가 ‘5% 이상’의 하락을 예상했고, 비수도권의 경우 공인중개사 36%, 전문가 중 39%가 ‘5%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집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증가를 꼽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에 계속된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도 상당한 데다가 앞으로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만큼 ‘빅스텝’이나 ‘자이언트스텝’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정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내 건설시장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미분양 사태가 벌이지는 만큼 올해 시장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는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해져 경기 하방 압력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단기적으로 봐도, 중장기적으로 봐도 당장 시장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KB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하락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거래량 역시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하면서 급매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서 그는 “이처럼 부동산 거래 건수가 급감하고 집값이 하락한 주된 배경은 고물가에 따른 금리 인상 정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며 “결국 금리 정책은 부동산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인 만큼 정부가 금리 인상을 계속한다면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올해 시장 부진 이어질 듯”… 회복 가능성은?
부동산 PF 대출 위기 속 부동산시장 뇌관 가능성 제기

한국은행 역시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사실상 최근 침체된 분위기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달 8일 한국은행은 ‘금융ㆍ경제 이슈분석’에 실린 ‘주택시장 부진 완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 가격 하락폭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시장의 부진한 흐름이 단기간에 회복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발표했다.

먼저 한국은행 역시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유로 높은 금리를 들었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주택을 사거나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특히 한때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족’으로 불리며 시장을 주도하던 2030 세대들이 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보유하던 주택을 급매로 내놓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경제 침체와 맞물려 전세시장 역시 맥을 못 추면서 갭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투자자들이 보증금 상환하기에 급급해 저가에 매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2021년 급증했던 물량이 올해 안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이유도 언급됐다.

특히 한국은행은 시장의 부진이 길어질수록 가계부채 감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부동산 PF 대출 부실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ㆍ캐피탈ㆍ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85조8000억 원으로 금융권 전체 잔액인 116조5000억 원 중 73.6%가 제2금융권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제2금융권은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큰 데다 고위험 사업장에 내준 대출이 많다. 이 때문에 최근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칫 올해 부동산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제2금융권을 끌어다 쓰는 경우 부동산 호황기를 맞이한 시기엔 예상되는 기대 수익이 높아 유용한 자금줄이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분양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는 자금흐름이 경색되면서 무서운 칼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기본적으로 제2금융권 특성상, 일반 시중은행보다 자본 규모 자체가 작아서 혹시라도 PF 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치명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 관련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심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돼 집값 하락세가 완화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물경제 영향, 젊은 세대들의 과도한 부채, 분양시장 부진으로 인해 악화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 등 여러 부정적 리스크들이 많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50%, 내년 이후 반등 가능성 점쳐
시장 연착륙 위해 규제 완화 정책 필요성 ↑

한편,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24년에는 부동산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도 나왔다.

앞서 언급한 2023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의 53%, 관련 전문가의 45%, PB의 47%에 이르는 이들이 내년을 주택매매가격 회복 시점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전문가 2명 중 1명이 2024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봤고, 내후년인 2025년에 반등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공인중개사 29% ▲전문가 34% ▲PB 40% 등으로 2024년을 예상한 비율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업계 종사자 소수만이 2026년까지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늦어도 2024년 이후에는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는 물론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구매 지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은 거시적인 경제 상황과 맞물려 주택 관련 대부분 지표가 악화하면서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다만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대한 완화 여지와 아직 낮은 연체율, 주택이라는 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 등을 고려하면 그래도 연착륙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집값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가계대출 규제 상황 등을 미뤄볼 때 시장이 급락하면서 경착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