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가 잇따라 풀리면서 서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 미분양주택이 속출하고 있어 지역별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청약마감 약 38%… 양극화 현상 ‘심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1분기 분양 단지 34곳 가운데 1ㆍ2순위 내에 청약이 마감된 곳은 13곳으로 38.2%에 그쳤다. 21곳은 2순위에서도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미달 비율은 61.8%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 분양한 87곳 중 21곳(24.1%)이 미달 된 것과 비교하면 미달 비율은 2.5배 이상 증가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미달 비율은 70%(84곳)로 올해 1분기보다 더 높았지만, 분양 단지는 120곳으로 올해 1분기보다 3.5배에 달했다. 올해 초보다 입지가 떨어지는 곳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분양시장 침체의 골이 여전히 깊다.
올해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5.1대 1로 작년 4분기 평균 2.9대 1보다는 올랐지만, 작년 1분기 11.4대 1에 비하면 절반이 줄었다. 분양 단지 중 일부는 중도금대출 이자가 시중은행의 담보대출 이자 3∼4%대보다 높은 6%대에 달해 청약률 감소로 이어졌다.
이와 다르게 서울은 1분기 분양된 3곳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1분기 서울에서 일반분양된 아파트는 393가구(청약 가구수)로 2만2401명이 신청해 청약경쟁률은 평균 57대 1에 달했다.
규제지역 해제 직전인 지난해 4분기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서울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평균 6대 1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규제 완화 효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초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의 중소형 주택 청약 추첨제가 60%로 확대되고 전매제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GS건설이 지난달(3월) 분양한 영등포구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98가구 일반분양에 1만947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98.8대 1에 달했다. 같은 달 분양한 은평구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도 214가구 분양에 2430명이 신청해 1순위 경쟁률이 평균 11.4대 1이었다.
이달 4일 청약받은 동대문구 ‘휘경자이디센시아’는 329가구 분양에도 1만7013명이 신청해 평균 51.7대 1이라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전용면적 기준 84㎡ 분양가가 10억 원 미만으로 인근 새 아파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분양시장은 올해 계약률도 상승해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분양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과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는 당초 청약률은 높지 않았지만, 규제지역 해제 영향으로 인근 시세가 상승해 무순위 접수를 통해 100% 계약률을 달성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41곳에서 3만251가구가 분양되고, 2분기에는 98곳에서 약 7만3000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서울의 주택시장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전국 분양주택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분기 전국 분양 물량은 34곳 2만6437가구로, 당초 계획됐던 101곳 7만8159가구와 비교하면 목표치의 약 34%만 달성했기 때문이다.
지방에 쌓이는 미분양 물량
한국주택건설협회, 위축지역 지정 ‘요청’
아울러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주택은 7만5438가구로 연초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중 미분양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1만3987가구인 대구광역시인데 2021년 12월 1977가구 대비 700% 이상 급증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도 952가구로 전달 277가구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그 뒤를 이어 경북 9074가구, 충남 8456가구 등 미분양주택이 쌓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미분양주택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미분양은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높은 미분양률을 기록하면서 완판에 실패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경기 주요 도심뿐만 아니라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등에서 7곳이 모두 경쟁률이 1대 1을 넘지 못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 사업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중도금 무이자는 기본이고 분양가 할인, 발코니 무료 확장 등 제시와 함께 계약금이 부족하면 대출도 알아봐 주고 이자도 지원한다”면서 “계약과 동시에 축하금을 주거나 잔금 때 계약자가 해지를 원하면 연 5% 이자를 붙여 계약금을 돌려주겠다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지방 분양시장에 미분양주택이 쌓이는 이유는 집값이 서울처럼 높지 않아 분양가를 조정할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분양시장 상황과 상반된 택지비 규모 ▲자재비 급등 등의 영향이 거론된다. 결국에 할인 분양을 해도 여전히 급락한 주변 시세보다 높아 지방 수요자들은 집값 상승 가능성이 큰 서울로만 달려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분양시장 수요가 서울로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자 위축지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달 18일 대한주택건설협회는 국토교통부에 위축지역 지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은 과열지역과 위축지역으로 나뉜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거나 침체할 경우 지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과열지역이나 위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협회 측은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 지역에 대해 위축지역 지정 방안을 제시하면서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DSR 비적용 또는 은행권ㆍ비은행권 50% 동일 적용, 취득세 감면, 미분양 주택 매입 시 5년 동안 양도세 면제, 무순위 청약 절차 및 재당첨 제한 배제 등 금융ㆍ세제ㆍ청약에 대한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위축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에서 단 한 곳도 없다”라며 “미분양주택 문제가 심각한 지방을 중심으로 위축지역을 지정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해 관련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미분양 때문에 분양대금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대금을 상환할 수 없는 업체가 늘면서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분양주택 양도세 한시 감면 등 지역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과 지방은 체격 자체가 다른데 같은 조건에서 분양하게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아 지역별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관 업계 전문가는 “미분양주택이 쌓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시공자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한다”라며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1년 만에 0.82%p 상승했고 증권사 연체율이 10%를 넘기는 등 비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라 한국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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