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전ㆍ월세 관련 청구권과 상한제 등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시행을 전후로 월세의 부담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봄 이사철을 맞아 전ㆍ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는 8월 역대급 임대차 대란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부동산시장은 큰 틀의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향폭과 속도가 주춤해지고 일부 지역은 상승세로 전환되는 등 지난 3월 이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라면서 “임대차 3법의 경우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신규 전ㆍ월세 불안 등 일부 문제도 제기돼 정책적 보완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기 정부에서 문제점 추가 보완 및 제도 안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본보에서는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앞둔 현시점에서의 시장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연신 최고치 ‘경신’
갈수록 월세 ‘상승’… 월세 4000만 원 ‘등장’ 사례도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을 시행한 지 어느덧 2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서울 내 아파트 월세의 비중이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40% 돌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월세지수는 2달 연속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상승세를 이어갈 분위기다.
이달 13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시계열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직전 달(2월)과 마찬가지로 110.7을 기록,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2~3월 기준 최고치를 보였다.
KB부동산 아파트 월세지수는 2019년 1월을 기준점인 100으로 두고 공동주택 전용면적 95.9㎡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 변동을 수치화한 것으로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인 2020년 1월만 해도 100으로 기준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시행 이후 같은 해 7월 100.3을 기록하더니 지난해(2021년) 7월 106.4를 찍고 지난달(3월)까지 사실상 매달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가격 역시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정부의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통계만 봐도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이었던 2019년 1월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09만6000원, 2020년 7월 111만8000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1년에는 7월 기준 121만4000원을 찍으며 약 10만 원 급등했다. 2019년 7월에서 2020년 7월까지 2만8000원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3배 이상 증가한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단지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달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 전용면적 기준 273.96㎡(6층)는 지난 3월 21일 보증금 4억 원, 월세 40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했다. 월세 4000만 원은 역대 최고가로 지난해 7월 말 성동구 ‘아크로포레스트’ 전용면적 264.546㎡(47층)가 기록했던 보증금 20억 원, 월세 27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모여 있다는 강남구의 평균 월세로 알려진 250만 원과 단순 비교해도 16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월세 시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며 “전세 시세는 최근 다소 꺾였다고는 하지만 그간 엄청나게 급등하면서 임차인들의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월세를 택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고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임대인은 보유세를 월세로 충당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덧붙였다.
봄 이사철 앞두고 전ㆍ월세 수요 증가, 시장 매물 ↓
오는 8월 계약갱신 매물 쏟아질 듯… 전문가 “새 정부 임대차 3법發 대란 대비해야”
설상가상으로 봄 이사 철을 앞두고 전ㆍ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12일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ㆍ월세 매물은 4만2193건으로 지난 3월 12일 기준 5만1338건에 비해 17.9%(9145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며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전세의 경우, 3만1637건에서 2만5971건으로 18%, 월세 매물은 1만9701건에서 1만6222건으로 17.7% 감소했다.
자치구별로 전ㆍ월세 매물은 ▲송파구 –26.2% ▲성북구 –24.8% ▲광진구 –23.2% ▲도봉구 –23% ▲영등포구 –22.9% 순으로 큰 감소폭을 보이며 강북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 모두 감소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진짜 위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ㆍ월세 아파트 수급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임대차 3법’을 시행한 지 2년이 되는 오는 8월을 기점으로 임대차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8월이 되면 ‘임대차 3법’ 적용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들 물량을 중심으로 신규 계약 시, 집주인들이 그동안 못 올린 전셋값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한 채 신규 물건을 내놔 급격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앞으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현재 올 하반기 전세 대란에 대비해 세입자와 장기간 계약하거나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새 정부의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원희룡 후보자가 임대차 3법을 전ㆍ월세시장 혼란을 일으킨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비쳐 향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원희룡 장관 후보자가 임대차 3법을 손질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볼 때 현재로서는 재검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의회 절대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되레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임대차 3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향후 큰 진통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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