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리모델링사업이 주를 이뤘던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새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 공약 이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 공약에 기대감 ↑… 군포시, 인수위에 국정 과제 선정 ‘건의’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169~226% 수준으로 고밀ㆍ고층 아파트가 많아 노후 단독주택과 저층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재정비 원칙을 적용할 경우 재정비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그는 이 법에 도시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기준ㆍ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의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과 함께 KTX 경부선(지하철 1호선 당정역~서울역) 32km 구간의 지하화도 공약한 바 있다.
이 같은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경기 군포시는 최근 대통령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 뜻을 전달했다. 지난 7일 군포시는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과 1기 신도시 지역 맞춤형 조성 등을 새 정부 국정 과제로 선정하도록 요구하는 공문을 인수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9일 군포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국정 과제에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을 포함해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군포시는 지난해 11월부터 1기 신도시 조성 관련 대책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는 등 지역 현안 해법 도출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관련 법을 대표발의 하는 등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3월) 14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노후 신도시 재생 및 공간 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는 지역 균형 개발 및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해 조성됐지만 지정된 지 각각 30년(1기 신도시), 20년(2기 신도시) 이상 지나면서 주택 노후화가 심화되고 있고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도시 자족 기능의 결여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이에 노후화된 1기 신도시 및 2기 신도시에 대한 본격적인 도시재생을 도모하기 위해 용적률,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한다”라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나아가 1기 신도시 및 2기 신도시의 도시 공간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4차 산업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도시 문화의 거점 지역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에는 30년 이상 노후 신도시의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주거 지역의 용적률, 건폐율을 상향해 500%까지 보장하고 역세권을 비롯한 특정 지구에만 500% 이상의 용적률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31일과 이달 7일 두 차례 1기 신도시의 노후화 진단 및 합리적인 재건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리모델링 조합 “일단 리모델링ㆍ재건축 규제 모두 완화돼야”
업계 “재건축으로 이동하는 사례 급증하지 않을 것”
이처럼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에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으로 시작을 알린 단지가 나왔다. 이달 19일 성남 분당구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3월) 말 정든우성4단지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해 분당재건축연합회에 합류했다. 분당재건축연합회에는 양지마을을 비롯한 15개 아파트 단지가 가입한 바 있다.
반면 1기 신도시가 몰려 있는 경기는 여전히 리모델링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98곳 중 42곳은 경기에 위치한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월 한국리모델링협회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가 119곳으로 지난 1월 95곳에 비해 24곳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 전환한 경우는 없다”라며 “되레 지난 3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증가했다”라고 짚었다.
성남시에서는 무지개마을4단지와 한솔마을5단지가 지난해 1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무지개마을4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이달 중 이주 및 분담금 확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해 착공 시기를 정한다. 무지개마을4단지 리모델링사업은 성남 분당구 미금로 66(구미동) 일대 2만4193.4㎡에 건폐율 24%, 용적률 268.89%를 적용한 지하 2층에서 지상 26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7개동 747가구 규모의 단지가 다시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한솔마을5단지는 오는 6월 이주 개시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사업은 성남 분당구 정자로 115(정자동) 일대 4만2151.6㎡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곳을 건폐율 27.64%, 용적률 277.16%를 적용한 지하 3층~지상 26층 규모의 공동주택 16개동 1271가구 등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방식의 규제가 모두 완화돼야 한다”라며 “윤 당선인이 공약했지만 이행될지는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윤 당선인의 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은 윤 당선인 취임 후 관련 절차를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리모델링사업을 다시 재건축으로 선회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다른 법을 기반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리모델링사업은 「주택법」에 의거해 시행된다. 리모델링을 오래 진행했어도 재건축으로 전환하려면 동의서 징구부터 모든 과정을 아예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에 도시정비업계 한쪽에선 리모델링사업에서 재건축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윤 당선인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리모델링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실제로 선회한 경우는 없다”라며 “빠른 사업 기간 등 리모델링사업의 장점이 뚜렷해 인기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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