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5년 만의 정권 교체로 출범하게 될 윤석열 정부는 집값 폭등과 다층 규제로 혼란한 부동산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번 새 정부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현 정부와 차별화된 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 역량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데 새 정부에서 ‘거대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결국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본보는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고 재건축 등 도시정비시장의 현 분위기와 향후 전망을 조명해 봤다.
대통령 인수위, 재건축 규제 완화 분위기 ‘조성’
전문가 “인수위 내 서울시 공무원 포진… 민간 주도 도시정비사업 의지 보여”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시장 정상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모양새다. 그간 후보 시절부터 내세웠던 주택 공급 공약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강한 취지가 읽히는 대목이 상당하다.
최근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규제 변화는 물론 공급 확대 기조를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시장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밀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완화 등이 재건축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인수위 내에서 활발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간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규제 일색 정책으로 인해 집값이 폭등한데 따른 문제 인식을 통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빠르게 새 정부가 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보여야 부동산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윤 당선인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인수위 내에서 언급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윤 당선인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인수위는 사업시행인가 단계 내 진행되는 심의를 한 번에 통합ㆍ진행해 기간 단축하는 방식으로 도시정비사업 진행 과정을 빠르고 매끄럽게 연결시켜 단기간 내에 시장 내 필요한 주택 공급량을 증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개발ㆍ재건축 정상화를 위해 도입한 핵심 정책인 만큼 같은 당인 윤석열 당선인과 오 시장과의 협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올해 초 서울시 업무보고에서도 신속통합기획을 우선순위로 발표한 바 있는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이 인수위에 참여하며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어 차기 정부와 서울시 간 긴밀한 협조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위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부동산 정책을 맡은 전문위원들에 국토교통부 소속이 아닌 서울시 공무원들이 다수 포진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견인한 공공주도 개발 기조를 버리고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정비사업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밀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재건축 부담금 완화 ‘기대감’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2주 연속 ‘상승’
또한 차기 정부의 부동산 관련 주요 정책이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정밀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에 따른 부담금 완화도 빠짐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당시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안전진단 평가항목에 대한 현실성을 반영해 현행 50%인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30%로, 설비노후도는 25%에서 30%, 주거환경은 15%에서 30%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완화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는데 ▲부담금 부과 기준 금액 상향 ▲부과율 인하 ▲비용 인정 항목 확대 ▲1주택 장기 보유자 감면 ▲부담금 납부 이연 허용 등을 통해 실수요자들의 세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주장이다. 일단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추후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법 개정이 필요치 않은 부분은 인수위 단계에서 진행해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인수위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을 장려해 2026년까지 주택 47만 가구(수도권 31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윤 당선인 5년 임기 내에 민간 200만 가구와 공공 50만 가구를 포함한 총 25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큰 틀의 로드맵을 구상해 놨다. 규제, 규제 그리고 또 규제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러자 시장 역시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점차 커지면서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고 되레 매수하겠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매매수급 동향을 보면 이달 14일을 기준으로 3월 두 번째 주 서울 내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5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0.5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주 연속 상승 흐름으로, 지난해 11월 15일 99.6 수치를 기록한 이후 18주 연속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면서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매수자 우위를 보였던 계속적인 상황에서 지난 2월 28일 저점을 찍은 후 점차 반등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는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에서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소폭 증가했다”면서 “아직 본격적인 거래 사례가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집주인들이 일부 매물을 거둬들이고, 되레 매수 문의도 늘어나면서 변화의 바람이 꿈틀대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업성 높은 재건축 선회 단지 가능성 ↑
리모델링 vs 재건축 두고 저울질 ‘여념’
이뿐만 아니다. 기존에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던 사업 단지 일부에서는 아예 재건축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달 20일 유관 업계에 따르면 경기 군포시 충무주공2단지2차 추진위는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대선이 끝난 현시점에서 재건축으로의 선회 여부를 두고 검토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 추진위는 아직 재건축 규제 완화가 법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아닌 만큼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추후 법제화 여부에 따라 전체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재건축 추진 관련 동의서를 징구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당장은 진행하던 사업에 무게를 두지만 재건축 관련 새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면 추후 언제든지 사업을 변경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존 재건축 규제에 대한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사업지들이 대선 이후 재건축으로 선회하느냐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의 이익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리모델링시장의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애초 리모델링이 유행한 이유는 재건축 규제가 심한 데 따른 반작용이었고 리모델링만의 강점이 있어 최근 시장 자체가 급성장한 만큼 재건축 활성화가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의 경우, 재건축에만 적용되는 규제로 2019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기존 리모델링사업을 유지하는 사업지도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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