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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기획] 분양가상한제 현주소…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무주택자 우선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 방안이 3개월 넘게 방치되면서 건설현장이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2025년 현재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 중인 서울 수도권 일대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시공자 입찰 무산, 공사 중단, 공급 지연 등의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를 제한함으로써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오히려 무주택자들의 기회를 막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분위기다.

 

이에 본보는 현재 부동산시장 내 주요 이슈로 떠오는 분양가상한제를 알아봄과 동시에 이를 둘러싼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무주택자의 마지막 기회, 무순위 청약도 사실상 스탑

분양가상한제에 막힌 도시정비사업시공 포기우려

 

청약시장이 그야말로 암울한 모습이다. 최근 정부가 무순위청약제도를 개편해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공급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제도 시행은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입법예고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정책은 멈춰 섰고, 공급 사다리의 마지막 단계로 여겨지는 무순위 청약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한정해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순위 청약을 통해 마지막 분양 기회를 노리는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청약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정부가 강조해온 실수요자 보호 기조와는 어긋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실효성 없는 정책 설계와 미비한 행정 절차가 불러온 결과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책 공백은 공급 현장에도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용산구를 비롯한 주요 도시정비사업 구역에서는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전국에서 대표적으로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용산구 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관계자들은 이미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위한 모임을 출범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입찰을 꺼리거나 이미 선정된 시공자들이 사업에서 손을 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대내외적인 요소로 건축비가 급등했음에도 정부가 고시한 기본형건축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시공자 입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지 오래다.

 

이뿐만 아니다. 조합 역시 특화설계나 고급 마감재 도입이 어려워 사업 추진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용산ㆍ강남구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민간택지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용산의 한 재건축 현장에서는 조합원들이 특화설계를 희망하지만, 분양가상한제에 막혀 기본적인 요구조차 반영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는 후문이다. 브릿지 설치, 조경 특화, 커뮤니티시설 확대 등의 항목은 모두 추가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분양가에 반영할 수 없다면 결국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업계 한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기술 개발 유인이 사라지고 품질 경쟁도 실종됐다며 장기적으로는 입주민 불만과 하자 분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실제로 분양가 문제와 시공자 유치 실패, 행정 절차 지연 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늘면서 공급이 줄어들어 청약 경쟁은 심화돼 일부 지역 주택가격만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분양가상한제 두고 정부는 시장 안정” vs 현장은 제도 불신

전문가 주거 사다리 끊길 수도유연한 분양 정책 설계 시급

 

하지만 정부의 시각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가 과열된 주택시장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성과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인 만큼 실수요자 보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특히 2025년 하반기부터 분양가상한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고 지역별 적용의 유연화, 기본형 건축비 조정 주기 현실화, 고급 설계 반영 기준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 논의 중인 만큼 향후 공급 확대와 수요 안정을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분양가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옵션 비용 부풀리기나 프리미엄 거래 등 여러 부작용이 이미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분양시장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부 조합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고자 소형주택 중심 공급이나 건축비 절감 시공 전략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주거 품질 저하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의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를 단순히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적용 대상과 방식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에는 규제를 유지하면서 도시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요한 지역은 분양가 산정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또한 건축비 가산 항목 기준을 현실화하고, 옵션 항목에 대한 인정 범위를 확대해 공급 유인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분양가 산정 기준이 자의적이거나 시대 변화에 뒤처지면 시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만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청약제도 개편이 지연되고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억제하면서 무주택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제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지금과 같은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로는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활한 사업이 가능하게 하려면 최소한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하며 규제만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단순히 가격만 억제해서는 주거 안정을 달성할 수 없는 만큼 정책 유연성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의 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위한 모임을 출범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