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서울 지역 아파트 월세가격이 심상치 않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더니 급기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마저 들려온다. 여기에 아파트 월세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유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지적이 나옴과 동시에 한동안 월세 전성시대가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우대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서울 내 전용면적 84㎡ 아파트 상위 10곳(▲신촌삼익 ▲트리마제 ▲브라이튼여의도 ▲브라이튼N40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 ▲아크로리버뷰 ▲서초그랑자이 ▲반포써밋 ▲청담자이)에서 월세를 평균 852만5000원으로 받았다. 해당 월세 평균가는 아파트 가격이 근래 가장 높았던 2021년 대비 1.27배 늘어난 액수였다.
본보는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주요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풍선효과’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 사상 최고
반면, 아파트 매매 수요는 ‘하락세’
서울 아파트 월세시장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13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0.9p 상승한 118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지수는 2019년 1월을 기준점인 100으로 두고 공동주택 전용면적 95.9㎡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 변동을 수치화한 것으로 이번 수치는 KB부동산이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2월 이래 최고치다.
이뿐만 아니다. 수도권 전역에서도 뚜렷한 월세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월세지수는 전년(113.1) 대비 6.5p 오르면서 119.6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경기도와 인천의 경우 각각 120.7, 119.6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1p, 6.5p 상승했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아파트 초고액 월세 거래가 속출하는 등 자연스레 월세가격 역시 전례 없는 높은 위치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1월부터 이달(11월)까지 신규 계약 기준 월세 1000만 원을 넘는 거래가 129건에 이르고 이중 월세 2000만 원을 넘는 거래도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가 강세를 보이자 집주인들도 점차 기존에 내놓은 전세 물량을 월세로 돌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 플랫폼 아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9575개로 지난 9월 이후 30.8%p 대폭 상승한 반면,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2633건으로 증가율은 22%p 상승에 그치며 월세보다 되레 낮았다.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 역시 1526건으로 전세 거래량인 1941건과도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반대급부(反對給付)’로 아파트 매매 수요는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확연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이달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4로 전주 100.6보다 0.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셋째 주부터 3주 연속 하락세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공급과 수요 비중을 0에서 200까지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100 미만이면 공급이 더 많고, 100 이상이면 수요세가 더 강함을 의미한다. 가장 최근에 기록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100.4를 기준으로 보면, 100을 넘는 만큼 여전히 시장에는 집을 매도하려는 사람보다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나, 지수가 하락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점차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권역별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가 속한 ‘동남권’은 전주(101.2) 대비 0.1p 떨어진 101.1를 기록한 반면, 영등포구ㆍ양천구ㆍ강서구가 속한 ‘서남권’은 101.5로 전주(101.2)보다 0.3p 상승해 대비를 보였다.
또한 종로구ㆍ용산구ㆍ중구가 속한 ‘강북권’은 동기간 102.7에서 102.1로 떨어졌고, 마포구ㆍ은평구ㆍ서대문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은 101.9에서 101.4로, 노동강(노원구ㆍ도봉구ㆍ강북구)이 속한 ‘동북권’은 98.9에서 98.3으로 0.6p 하락했다.
실제로 매매의 경우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 단지에서는 상승 거래 신고 등 수요가 꾸준하나, 그 외 단지는 대출 규제에 따른 매수 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정체되는 등 혼조세를 보이면서 전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월세시장 변동성 주원인 ‘대출 규제’
전문가 “공급 물량, 이사철과 맞물려 당분간 월세 강세 예상”
대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아파트 월세가격이 치솟는 주된 원인으로 먼저 정부 당국의 대출 규제를 꼽는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매매가 막히고 목돈이 필요한 자금 조달 역시 여의치 않게 되면서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전 정부부터 시행돼온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월세가 오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현재 도시정비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2026년과 2027년 2년간 서울 입주 물량이 1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일단 올해와 내년(2025년)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가 1만2035가구를 공급하지만 향후 신규 공급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설상가상으로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되면서 당분간 월세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사 시즌이 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갈아타게 되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월세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한도는 줄어들면서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매매나 전세 대출의 규제로 이어졌고 공급 물량, 가을 이사철 등 여러 요인까지 맞물려 월세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로 매수보다는 임대시장에 머무는 수요층이 많아지면서 월세 계약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 번 올라간 월세는 다시 떨어지기 쉽지 않은 데다 임대차계약은 사실상 실수요층이 대부분이라 가격이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서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도 지금으로는 쉽지 않아 월세화 집중현상이 예상된다. 당분간은 높은 월세가격이 강세를 띠는 시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경우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빌라ㆍ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이동하지만 올해 비아파트 월세전환율까지 높아지며 월세 강세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ㆍ임차인 증가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서울 주거 선호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소유주들조차 확실히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었다”면서 “전세보증금 대비 월세 수익이 매달 꾸준히 발생하는 점을 안정적인 수익처로 계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또 전세사기 사건으로 촉발된 전세 매물 자체 감소가 원인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근저당이 없는 매물을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었지만, 수요를 뒷받침하는 매물이 부족해 세입자들이 먼저 안전한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월세 전환 추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부동산시장이 변화하는 가운데 어려운 경제 상황까지 맞물려 자신에게 맞는 주거 형태를 찾는 수요자들의 애로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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