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이달 25일까지 13일간 진행하는 2024 국정감사(이하 국감) 시즌이 마무리되고 있다. 여러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관련 논점 중에서는 결국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현시점에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두드러진 모양새다.
본보는 이번 국감에서 이목을 끌고 있는 부동산 주요 쟁점을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빌려 살펴봤다.
한은 총재 “부동산 기대심리 자극 우려… 추가 금리 인하 신중해야”
수도권ㆍ지방 양극화 지적에… 대출제도 이원화 가능성 ↑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이하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에 대한 국감에서는 금리가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만큼 최근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질의가 쏟아졌다.
먼저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최근 한은의 금리 인하가 미국처럼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가 미국처럼 빅컷을 강행할 경우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던 부동산 수요층에서 부동산 매수 시그널로 받아들이게 되면 가격 변동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금융 안정을 고려해 일단 0.25%p를 인하한 후 앞으로의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려 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통해 2021년 8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내린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은 역시 미국처럼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기준금리는 ‘스몰컷’에 그쳤다. 이에 한은 수장인 이창용 총재가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지 못한 배경으로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음을 밝힌 것이다.
이어서 이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고물가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내수경제까지 살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본 후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뜻을 더했다.
더불어 가계대출과 관련해 수도권과 지방 대출제도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은 “현재 기준금리 인하로 아파트 가격 급등 우려가 큰 상황으로 2020년에도 빅컷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전례가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은 온도 차가 분명한데 (일률적으로) 대출을 억제하면 미분양이 많은 지방의 경우 집을 옮겨갈 기회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집값이 상승하자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분양 등 상황이 좋지 못한 지방과의 양극화를 우려해 추가적인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서울 아파트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른 곳도 있지만, 지방 청약시장에는 미분양 적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마저 수도권처럼 대출을 억제해 버리면 지방 아파트 내 거래는 더 감소하면서 결국 지역 간 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지적에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ㆍ건설 투자를 활성화하려 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안 하면 지방경제가 위축될 수 있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부동산 가격 인상은 수도권 중심이기 때문에 정부가 여러 대출제도를 제약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접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해 대출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ㆍ야 의원 “HUG 재정 건전성 문제 있어”
HUG “악성 임대인 관리 강화 등 제도적 허점 보완할 것”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 건전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다수의 의원은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HUG 재무에 문제를 일으킨 제도적 허점 중 하나로 ‘악성 임대인에 대한 관리 미흡’을 꼽았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 회수 부진으로 인해 재무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HUG로부터 입수한 ‘전세보증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회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9월) 기준 HUG의 전세보증금 변제 건수는 1만7021건, 변제액은 3조4152억 원으로, 이 중 회수에 성공한 금액은 5324억 원에 그쳤고 미회수 채권 잔액은 2조882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흔히 말하는 ‘악성 임대인’으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HUG가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을 가리킨다.
박 의원은 “전세사기 주범인 악성 임대인들이 서민들의 삶을 짓밟는 것도 모자라 공기업 재정 건전성까지 파탄 내고 있다”며 “악성 임대인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다시는 전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역시 “HUG 상위 기관인 국토교통부가 적절히 대처했다면 3조 원이 넘는 규모의 보증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면서 “손실이 커지면서 보증가입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HUG가 독자적으로 재무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병태 HUG 사장은 “앞으로 악성 임대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담보인정 비율 하향을 검토하는 등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공시지가 과도한 변동률 지적도… 손태락 원장 “검증 강화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
같은 날(16일) 국감에서는 부동산공시가격산정시스템(KOREPS)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인한 공시지가의 과도한 변동률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공시가격은 세금을 내는 주요 근거 자료인데 개별공시지가 관련 이의신청이 수용된 사례 가운데 (공시가격 변경) 증감률이 3000%가 넘는 사례도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공시가격을 신뢰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겠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여러 행정자료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국민의 재산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만큼 그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이 의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개별공시지가 관련 이의신청 건수는 1만 건이 넘어 지난해 1월과 7월 2번에 걸친 이의신청 건수를 이미 초과했다. 올해 개별주택가격 이의신청 건수 역시 이미 지난해 기록한 389건을 넘은 532건을 기록했다.
특히 이의신청이 수용되면서 증감률이 50% 넘는 공시가격이 변경된 수도권 사례는 경기가 11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인천이 16건, 서울이 5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그만큼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지적에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각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개별 공시지가는 일정 부분 문제가 있어 보완하거나 검증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올해 1월 시작한 KOREPS 오류 역시 서버 보강을 통해 차질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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