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이달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이하 2ㆍ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 직접시행 도시정비사업(이하 공공직접시행정비)이라는 새 모델이 등장했다. 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이하 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등 파격적 혜택을 내걸며 공공직접시행정비 활성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길 것을 우려해 조기에 참여 반대를 선언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공공직접시행정비 1차 후보지, 오는 5월부터 공모
진성준 의원, 이달 24일 ‘공공직집시행정비법’ 발의
지난 24일 국토교통부(장관 변창흠ㆍ이하 국토부)는 2ㆍ4 부동산 대책을 통해 발표한 공공직접시행정비 등 주요사업에 대한 선도사업 후보지 1차 공모를 오는 5월 중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공모에 참여한 후보지 중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올해 7월 중 1차 선도사업 후보지를 확정하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후보지를 공모한다는 방침이다.
공공직접시행정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주민 동의를 거쳐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시행자로 나서는 제도다. 공공시행자가 해당 구역을 사들여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로 공공분양 방식이 도입된다. 국토부는 2ㆍ4 부동산 대책에서 공공직접시행정비를 통해 전국적으로 13만6000가구, 서울에만 9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직접시행정비는 권리관계 및 사업 절차가 복잡해 지연됐던 기존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수익성을 향상시켜 소유주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공공직접시행정비 추진 시 사업계획 통합심의로 행정절차가 간소화돼 정비구역 지정부터 이주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종전 13년에서 5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공공직접시행정비를 원하는 단지는 컨설팅 진행 후 주민 1/2 이상의 동의를 거쳐 공공시행자에게 공공직접시행정비를 위한 정비계획 변경을 제안하면 된다. 기존 방식은 주민의 2/3 이상이 동의해야 신청할 수 있지만, 공공직접시행정비는 주민의 절반만 동의해도 공공시행자가 신청해 정비계획안을 마련한 뒤 2/3 동의를 얻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사업지구로 지정되면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 혜택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제2종일반주거지역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돼 용적률을 300%까지 받을 수 있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300%에서 360%까지, 준주거지역은 400%에서 500%까지 상향되며 층수 규제도 완화된다. 다만 지어진 주택의 일정분을 임대주택 등 공공 목적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기부채납 비율의 경우 재건축은 9%, 재개발은 15% 이내다.
여기에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개발이익이 공공기관에 귀속되므로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민간 도시정비사업보다 수익률이 약 10~30%p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공직접시행정비 추진을 위한 후속 입법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공공직접시행정비 추진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에는 ▲LHㆍSH 등 공기업 직접시행 방식 신설 ▲주민 동의 근거 마련(1/2 이상의 제안으로 사업 신청, 2/3 이상의 동의로 사업 확정) ▲토지등소유자에게 주택 우선공급권 부여 및 현물선납 정산방식 도입 ▲사업시행계획 통합심의 도입 ▲용도지역 상향 또는 용적률 완화(법적상한의 120%) 등 특례 규정 ▲주민협의체 설치 근거 마련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투기방지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진성준 의원은 “공공직접시행정비는 공공성과 신속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도시정비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신속한 도심 내 주택 공급으로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국민의 주거권을 폭넓게 보장할 수 있도록 개정안의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유인책에도… 수도권 재건축 단지 곳곳서 “참여 안 해”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공재개발ㆍ재건축사업과 달리 소유권을 공공에 완전히 넘겨야 하는 것과 2ㆍ4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공공직접시행정비 사업지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한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최근 토지등소유자들을 대상으로 공공직접시행정비 방식의 재건축 참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참여 인원 136명 모두가 반대로 의사를 밝혔다.
이 단지는 지난해 공공재건축 1차 사전 컨설팅에 참여했으며, 이번 공공직접시행정비 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이곳 소유주들은 공공직접시행정비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공공에 소유권을 넘겨야 한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강남구 대치은마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등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이미 반대 방침을 선언했다. 이 같은 공공직접시행정비 반발 기류는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1989년 준공돼 재건축 연한을 넘긴 경기 광명시 하안주공3단지의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최근 단지 곳곳에 ‘민간 재건축 진행’이라는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내걸고 정부의 공공직접시행정비 및 공공재건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하안주공3단지 준비위 관계자는 “2ㆍ4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공공직접시행정비 방식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민간’이라는 문구를 넣어 부각시켰다”며 “현금청산 대상 우려 등 미연에 소유권 침해 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산권 침해 논란 ↑… 국토부 “현금청산 방침 보완계획 없어”
전문가 “정부 과도한 개입 우려… 거래 위축 이어질 것”
한편, 국토부는 2ㆍ4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논란이 된 현금청산 방침에 대해서는 강행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달 4일 이후 매입한 주택, 토지 등은 향후 사업지에 포함되더라도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 보상하는 것이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지난 16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헌법」에서 토지에 대한 수용권 부여할 수 있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공익적 필요가 있는지, 수용당한 사람에 대한 정당한 보상 있는가”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대책은 공익적 필요성 있고 토지 제공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할 계획이어서 「대한민국헌법」에서 정한 정당한 보상 원칙에 맞는다고 본다”며 현금청산 방침 관련 추가 보완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금청산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발 예정지의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고 신축 아파트값이 오르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 구역 지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권 부여 여부와 현금청산 등으로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현금청산을 당할 우려에 개발 예정지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에도 정부가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입법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축 아파트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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