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위험수위를 넘긴 7만 가구에 육박하면서 미분양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있음에도 분양시장의 냉각기는 계속되고 있고, 건설사들 역시 계속되는 시장 한파에 분양가를 낮추고 아예 분양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상황도 전해진다. 유관 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새지만, 정부는 아직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란 입장으로 알려져 상당한 온도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언급했던 위험수치를 넘어선 만큼 추후 상황에 따라 빠른 대응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보는 미분양 급증에 따른 시장 분위기와 이에 대한 정부의 구상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7만 가구 ‘육박’
높은 자재값ㆍ금리에 미분양 공포… 아파트 공급 ↓
이달 5일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ㆍ이하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107가구로 전월(11월 말) 대비 17.1%(1만80가구), 넓게는 불과 1년 전 1만7710가구보다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같은 기간 전월 대비 6.4%(662가구) 증가했고 지방은 19.8%(9418가구) 증가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증가율도 계속 두 자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 27.1% ▲10월 13.5% ▲11월 22.9% ▲12월 17.4%를 찍는 등 4개월 연속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미분양이 증가하는 현재 상황은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보통 요즘처럼 집값이 하락하면 분양가 역시 덩달아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내외적인 여파로 인해 건축할 때 필요한 철근과 시멘트 같은 건자재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기본 자재값이 높아진 만큼 건설사 역시 이를 분양가에 반영하게 된 것이다. 특히 분양가 상승과 함께 안 그래도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위축된 내수경제 상황까지 더해져 분양시장의 미분양 물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국토부도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레미콘 가격이 15% 이상 상승했다는 이유로 정기적 조정 시점인 3월이나 9월이 아닌 이달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 산정 기준인 기본형 건축비를 기존 190만4000원(지난해 9월 고시)에서 192만5000원으로 1.1% 인상해 건축비 인상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함을 보여준 바 있다.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건설사 역시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당장 지난달(1월) 전국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기존 건설사들의 목표로 했던 물량보다 약 80% 급감한 것이다.
이달 6일 부동산 전문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적으로 아파트 1569가구가 공급됐는데 이는 같은 달 초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공급 예정 물량(7275가구)의 22%밖에 되지 않는 저조한 수치다. 일반분양만 놓고 봐도, 기존 계획 물량인 5806가구에서 25%인 1461가구만이 입주자 모집에 나선 것으로 조사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도 가파르게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금리나 집값을 둘러싼 분위기를 봤을 때 위축된 수요가 살아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분양 예정인 아파트의 50%는 사실상 재개발ㆍ재건축 단지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돼 조합 수익성 확보 때문에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되는 사업 특성상 분양가 상승세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미분양 사태 악화 정부 방지책 요구 목소리 ↑
원희룡 장관 “준공 후 미분양 물량 해소 목적 매입임대 안 돼”
상황이 이러자 업계 한쪽에서는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등 건설사 나름대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악성 미분양이 적은 편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재건축 단지 등에서 준공을 완료하는 사업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정부의 도움이 없이는 현재 흐름을 볼 때 미분양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미분양 사태가 계속될수록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극심해질 것이고 이는 공급 물량에 부족으로 이어져 부동산시장, 더 나아가 경제 전반으로 영향이 가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과거 극심한 미분양 사태를 겪었을 당시 미분양 물량인 10만 가구에 못 미치는 만큼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최근 미분양 증가 속도를 봤을 때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유관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미분양 사태를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간 경우가 있는 것을 볼 때,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은 대책을 내놓을 단계가 아니라는 태도다. 정부 역시 미분양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당장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아직 많지 않다고 보고 특정 물량을 떠안는 등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에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상황을 주택시장의 위기라는 왜곡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는 만큼 거래 규제 등 과도한 부분을 해소해 미분양이 소화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게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또한 “매입임대는 원래의 목적에 맞게 입지, 품질, 가격에 충실하게 진행해야지 건설업자들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매입임대 정책을 갖다 쓸 수는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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