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이른바 영끌족에게 활로가 열렸다. 빚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대출자에게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금융권프리워크아웃제도 적용 대상이 다음 달(3월)부터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고금리 여파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대 3년간 원금 상환 ‘유예’… 다주택자와 임대ㆍ매매사업자도 주담대 ‘허용’
지난 21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 자료에 따르면 주담대 대출자 중 9억 원 미만 주택보유자이면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 이상인 경우 최대 3년간 거치(이자만 상환) 기간이 적용되는 원금 상환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6억 원 미만 주택보유자면서 실업이나 질병 등 재무적 곤란 사유가 있을 때만 원금 상환 유예가 가능했는데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금융권프리워크아웃제도는 금융권 자율 협약을 통해 오는 3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무적 곤란 사유 평가가 다소 정성적인 측면이 있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라며 “최근 경기가 좋지 않고 금리도 많이 오르는 상황이어서 제도를 보완 및 확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는 다주택자와 임대ㆍ매매사업자가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다주택자와 임대ㆍ매매사업자는 모든 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구매할 때 주담대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오는 3월부터는 규제지역에서 주담대비율(LTV) 30%, 비규제지역 LTV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 관련 각종 규제도 일괄 폐지된다. 최근 전세가격이 하락해 역전세난이 심각해져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현재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을 받을 때 ▲투기ㆍ투기과열지역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 대출 한도 2억 원 ▲규제지역 내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입 의무 ▲2주택자 규제지역 담보대출 시 다른 보유 주택 처분 의무 ▲3주택 이상 규제지역 내 주담대 금지 등의 규제가 있었다. 이 규제들도 오는 3월 2일부터 모두 폐지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기준도 일부 완화한다. 기존의 빚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 시 DSR 적용 기준을 현재 대환 시점이 아닌 기존 대출 시점으로 보는 조치를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금리 상승ㆍDSR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기존 대출 한도의 감액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강화된 DSR 규정을 지키기 힘들어진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라며 “다만 이미 빌린 금액 이상으로 대출을 더 받을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실수요자ㆍ서민들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서민ㆍ실수요자에 대한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6억 원 한도가 없어진다. LTV와 DSR 범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돈을 빌릴 수 있다. 다만 서민ㆍ실수요자 요건은 현재와 같다. 이는 ▲부부 합산 연소득 9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투기ㆍ투기과열지역 주택가격 9억 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의 경우 8억 원 이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도 오는 3월 2일부터 확대 시행된다. 현행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나 법인 소기업 차주가 부담하고 있는 금리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 확대 시행으로 적용 대상이 전체 개인사업자 및 법인 소기업으로 확대된다.
한도도 개인사업자는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법인 소기업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각각 2배 상향 조정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이자 부담 경감이나 대출 회수 자제 같은 지원책도 은행권 자율로 논의되고 있다. 저신용 중소기업은 최대 금리를 3%p 인하해주거나 낮은 이율의 고정금리 특별대출을 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글쎄’… 업계 “규제 완화 효과 크지 않을 것”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몇 년간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부동산시장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상승과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거래 감소가 맞물리면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개인 거래의 경우 고금리로 인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상업용 부동산도 지난해 9월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아직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부동산 경기는 금리 수준, 경제 주체들의 기대, 주택경기 순환 등을 고려할 때 추가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에 따라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가 재차 확대될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도 국내외 크레딧시장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미분양 주택 수 증가 지속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라며 “투자 수요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업계 일각은 무리하게 대출받은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는 데다가 집값 급등기에 영끌 매수를 택하지 않은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DSR 규제 완화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이 만기가 되거나 대환 신청을 하고 대출받았을 때는 DSR 문제가 없었는데 금리가 오른 뒤 대환할 때 DSR 한도를 넘어가는 사례가 있어 원래 대출 시점으로 DSR을 적용하려는 것이다”라며 “DSR 규제 완화 기조로 보는 건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규제가 폐지되면서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압박이 사라질 수는 있지만 당장 부동산시장을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입자에게 전세금 반환 요구에 쫓기는 다주택자는 한숨을 돌릴 수 있어 이들이 내놓는 매물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이미 금리 수준이 너무 높아 규제를 푼다고 해도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아 부동산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서 “대출 규제의 수위가 가장 높은 DSR 규제가 추가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다른 규제를 완화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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