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다음 달(3월)부터 부실벌점제도에 따른 벌점 집계 방식이 평균에서 합산으로 바뀌면서 분양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바뀐 부실벌점제도를 적용하면 분양 시점을 최소 10개월씩 늦춰야 하는 건설사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집계 방식, 평균→합산… 선분양 제한 대상 건설사 ‘급증’
최근 유관 업계에 따르면 변경된 부실벌점제도 벌점 집계 방식을 적용한 2022년 1~4분기 벌점이 오는 3월에 공포될 예정이다.
부실벌점제도는 안전, 시공ㆍ품질 관리 및 수요 예측 등에 책임이 있는 건설 관련 업체, 건설 기술인에게 벌점을 부과하고 벌점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선분양 등에 제한을 둬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 부실 공사는 「건설기술 진흥법」 제53조제1항에 따라 「건축법」 등 각종 법령, 설계도서, 건설 관행, 건설업자로서의 일반 상식 등에 반해 공사를 시공함으로써 건축물 자체 또는 그 건설 공사의 안전성을 훼손하거나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에 변경된 주요 사항은 벌점 부과 방식이다. 올해부터 부과된 벌점을 공사 현장 수로 나누는 평균 방식에서 단순 합산 방식으로 변경됐다. 기존 방식은 공사 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벌점이 현저히 낮아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정부는 2020년 벌점 집계 방식을 누계 평균에서 누계 합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100개 건설 현장에서 총 10점을 받은 건설사는 기존 평균 방식에 따라 0.1점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합산 방식이 적용돼 10점을 받는다. 부실 벌점이 많은 건설사는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되거나 선분양을 할 수 없게 된다. 아파트의 경우 벌점이 3점 이상~5점 미만이면 전체 동의 지상층 기준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 공사가 완료돼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다. 5점 이상~7점 미만이면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 공사가 모두 끝나야 분양에 나설 수 있다. 7점 이상~10점 미만이면 준공 후 절차인 사용 검사를 마쳐야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어 사실상 완공 후에 분양할 수 있다. 10점 이상은 사실상 후분양만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은 3점 이상~5점 미만의 벌점을 받는 건설사가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벌점조회시스템에 공개된 2001~2021년 건설사 벌점을 분석한 결과, 집계 방식을 합산으로 적용할 경우 벌점이 3점 이상인 건설사는 25곳으로 집계됐다. 기존 방식인 집계 방식을 적용하면 11곳으로 단순 합산 방식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집계 방식을 평균으로 적용하면 선분양 제한 대상 건설사는 158곳이지만 합산 방식으로 하면 265곳이 대상으로 107곳이 늘어난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00위 이내의 건설사로 한정하면 2곳에서 40곳으로 급증한다. 중견 건설사는 분양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형 건설사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는 선분양이 제한되면 자금 조달 공백이 불가피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규모를 불문하고 부실벌점제도에 따른 벌점 집계 방식이 변경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조합원 부담금 증가 가능성 ↑… 국토부, 보완 방안 시행 ‘예고’
건설사의 벌점이 확정되면 도시정비사업 조합들도 타격을 받게 된다. 분양 시기가 늦춰지면 일반분양 대금이 들어올 때까지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불어나 조합원 부담금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수 건설사가 선분양이 제한되면 분양 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모와 금융비 상승이 불가피해지고 자금 부담이 크게 늘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2017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고서에 따르면 후분양제도 도입으로 인한 주택 공급량은 22.2% 감소하고 분양가격은 최대 7.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업계 일각은 최근 주택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후분양제도 시행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벌점에 의해 선분양 제한 대상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주택 공급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충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뒤 시행돼야 할 후분양제도 도입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며 “주택 공급 차질로 인해 분양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벌점에 의한 선분양 제한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거나 우수한 공사 현장의 벌점을 경감하는 무사망인센티브제도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무사망인센티브제도는 사망 반기 동안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다음 반기 벌점을 20% 경감하고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지 않으면 경감 비율을 최대 59%까지 늘려주는 제도를 뜻한다. 아울러 반기 동안 10회 이상 점검을 받고 벌점 미 부과 현장 비율이 80% 이상인 경우도 0.2점에서 1점까지 범위에서 벌점을 줄여주는 보완 방안도 제시됐다.
국토부는 변경된 부실벌점제도에 따른 벌점 집계 방식이 처음 시행되는 만큼 일단 적용 후 건설 현장과 분양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실벌점제도에 따른 벌점 집계 방식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시공자 등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벌점 구간을 마련했기 때문에 분양시장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라며 “운영 경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무사망인센티브제도와 함께 공사 현장 관리가 우수한 곳에 벌점을 경감하는 등의 보완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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