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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아유경제_헤드라인] ‘최대폭’ 하락 아파트값에 시장 우려 분위기 ↑

전국 아파트값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전국 아파트값이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내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도 내림세가 지속된 끝에 약 9년 9개월 만에 최대치 낙폭을 기록하며 시장의 걱정은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 아파트값이 무섭게 추락하면서 급하게 내놓은 매물마저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시장 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전국 아파트값이 사상 최대로 떨어지면서 부동산시장에서 고점 대비 반 토막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본보는 이를 지켜보는 시장의 분위기와 현 상황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짚어봤다.

 

아파트값, 사상 최대 ‘낙폭’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 매매수급지수 80.2 ‘기록’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은 9월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전주 하락폭 대비 0.02%p 커진 0.1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5월 9일 아파트값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된 이후 18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해당 기관이 2012년 5월 7일 매주 아파트 가격 동향을 공표한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심지어 하락폭이 현시점에서 정점을 찍은 만큼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계속되는 하락세 끝에 9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이달 15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6%p 하락해 16주 연속 떨어졌다. 주간 변동률만 놓고 볼 때, 2012년 12월 10일 하락폭인 –0.17%p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25개구의 아파트값이 일제히 내린 가운데 도봉구 아파트값이 –0.31%p로 가장 많이 하락했으며 그 다음으로 ▲노원구(-0.29%p) ▲서대문구(-0.27%p) ▲성북구(-0.25%p) ▲중구(-0.25%p) ▲종로구(-0.24%p) ▲마포구(-0.20%p)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부동산시장에 있어 주요 관심사인 강남권에서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보였는데, 강남구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9%p, 서초구는 –0.05%p 떨어졌고, 특히 송파구 –0.18%p를 기록하며 전주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아파트값이 끝없는 하락세를 보이자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역시 근래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이며 꽁꽁 얼어붙은 분위기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0.2를 기록하며 19주 연속 위축된 모습을 보인 끝에 2019년 6월 24일 지수 78.7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공급과 수요 상황을 0에서 200까지 점수화해 100을 기준으로 100 미만이면 공급이 더 많고, 100 이상이면 수요가 더 강하다. 매매수급지수가 80.2를 기록했으니 시장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고, 수치가 하락추세인 것으로 볼 때 매수를 안 하려는 심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권역별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서울 노원구ㆍ도봉구ㆍ강북구 지역이 있는 동북권은 지난주 74.1에서 73.8로 떨어졌고, 마포구ㆍ은평구ㆍ서대문구가 속한 서북권은 74.9에서 74.5로 하락했다. 양천구ㆍ영등포ㆍ강서구가 있는 서남권은 86.6에서 86.2로, 강남4구(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ㆍ강동구) 있는 동남권 역시 87.4에서 85.9로 하락했다.

 

전문가 10명 중 4명, 아파트값 하락 전망 ‘압도적’
무리한 투자 감행한 2030세대 공포 ↑

 

시장 상황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모습을 두고 부동산시장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적잖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감이 부동산시장을 짓누르면서 시장 침체기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을 수차례 예고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파트 매수심리는 더욱 움츠러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우리나라 부동산 전문가 중 상당수가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내 전문가 10명 중 4명은 아파트 가격이 현시점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13일 한국경제신문이 건설사, 금융회사, 연구기관, 학계 등 부동산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아파트 저점 전망 조사에서 ▲10~15% 하락은 23.1% ▲15~20% 하락은 12% ▲20% 이상 떨어질 것이란 응답은 5.6%로 집계됐다. 40% 이상이 10% 이상의 하락폭을 예상한 것이다.

 

그 밖에 하락폭이 0~5% 이내일 것이라는 전망은 26.9%를 기록했고, 전문가 중 단 2명만이 상승을 예상했다.

 

부동산 전문가 40% 이상이 10%가 넘는 하락을 예상한 것은 업계 내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단기적으로 시장 회복할 가능성이 적고 되레 부동산 침체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집값 하락이 심화할 경우,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빚을 끌어당겨 무리하게 아파트 구매에 나섰던 2030세대들의 피해가 극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 가치 하락에 늘어난 부채를 이들이 감당하기에는 사실상 버겁다는 지적이다.

 

정부, 집값 하향 안정화 기조 이어갈 듯… 원희룡 장관 “소득 대비 집값 여전히 높아”
전문가 “하향 안정화 필요… 적정 수준 제시해야”

 

하지만 아파트값이 눈에 띄게 하락하는 현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시장의 우려와 판이하다. 수년간 지나치게 아파트값이 거품을 형성한 만큼 가격 하락은 필요하며 지금도 여전히 집값이 높다는 인식이다.

 

지난 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집값 하향 안정화 기조를 이어갈지 묻자 “소득과 대비했을 때 지금 집값은 너무 높은 수준으로 서울의 경우 가구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8배에 이르러 금융위기 직전 8배보다 높고 금융위기 직후인 10배보다도 훨씬 높다”라며 “10배가 적정한 기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지나치게 높은 수준인 만큼 하향 안정화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집값을 조금씩 하향시키며 안정화 추세로 가야 한다”며 “현재보다 추가로 떨어져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현재 집값은 소득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인 만큼 앞으로도 집값 하향 안정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정부의 생각은 명확해 보인다. 앞으로도 부동산시장 내 매수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부의 시각을 두고 상당수 전문가는 집값 하향 안정화 기조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적정한 수치는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은다. 2030청년들을 중심으로 ‘영끌’, ‘패닉바잉’ 등 우려스러운 용어들이 유행할 정도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집값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제시해준다면 국민도 정책 방향을 읽고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소득의 증가나 경제 성장이 아닌 유동성만으로 상승한 측면이 있으므로 집값의 비정상적인 거품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 시장에서는 과도한 하락을 우려해 거래절벽 등의 현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나타나는 집값 하향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