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경기도 기본주택’ 두고 설왕설래 이어져

이달 26일 오전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경기도ㆍ경기주택도시공사가 주관하는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가 개최됐다. <제공=경기도청>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토론회가 개최된 가운데 이번 토론회에서는 ‘경기도 기본주택’에 대한 정책제안과 토론을 통해 관련 정책의 주요 내용과 추진 방향이 공개됐다. 해당 토론회 결과를 중심으로 경기도 기본주택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봤다.

 

무주택자, 좋은 환경에서 30년 이상 거주 ‘가능’ 목적
이재명 지사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기본주택 통해 주거권 보장”

이달 2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최한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렸다.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기본주택은 정책 슬로건인 “원한다면 누구나 부담없이 오래오래”에서 알 수 있듯이 주거약자가 아닌 무주택자들이 빚내서 집을 사지 않도록 모든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보편적 주거서비스다. 이 지사는 현재 시정 기간 전국민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는데 경기도 기본주택도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

 

먼저 기본주택은 기존의 임대아파트와 차이를 보인다. 임대아파트는 대상이 주거취약계층인 만큼 청약통장이나 소득 등으

로 입주자격을 제한하는 반면, 기본주택은 소득, 자산 등의 요소와 상관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좋은 여건의 아파트에서 주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경기도 기본주택은 크게 2가지로 형태로 나뉘는데 소득 상관없이 무주택자는 누구든지 필요에 따라 30년 이상까지도 거주가 가능한 ‘장기 임대형’과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되 개인은 주택 분양을 받고 거주한 후 나중에 공공에 되파는 ‘분양형’이 그것이다. 두 방식 모두 공공이 개입된 만큼 투기 수요로 인한 시세 차익을 차단하고 무주택자라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지사 역시 이번 토론회에서 “주택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고파는 투기의 수단이 됐고 투기가 점점 심화하다 보니 누군가는 주거에 대한 불안으로 무리한 공포매수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적정한 공급과 실질적 수요가 이뤄져야 하는데 투기와 공포로 인한 매수 때문에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투기ㆍ공포 수요를 없애는 것을 꼽았다. 즉, 공공이 나서서 불로소득을 적정하게 환수하고 주거에 대한 불안 해소해 주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는 “투기세력이 부동산으로 인한 이익을 볼 수 없도록 부동산에 대한 금융 혜택을 제한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적절치 환수하면 투기는 자연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서 “여기에 공공이 좋은 자리에 좋은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이 길거리에 나앉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국토는 좁은데 인구가 많다 보니 부동산 투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보다 아주 작은 국토지만 부동산 투기가 없다. 이는 결국 제도와 의지에 문제로 국민들이 국가의 정책을 신뢰하게 되고 정책의 완결성이 높아지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이 지사는 국가 정책의 완결성이 아무리 높아도 국민이 그 정책을 믿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소유를 지적했다.

이 지사는 “국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추가로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집값이 오른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공직자에 대한 백지신탁제를 도입해 주식처럼 팔게 해서 이를 지키지 않은 공직자는 승진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주면 해결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여권 내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향후 선거 결과에 따라 경기도 기본정책이 서울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 지사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은 집값을 반값으로 낮출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우 의원 역시 “경기도 기본주택은 충분히 검토할만한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호응한 바 있다.

업계, 기본주택 정책 실효성 두고 ‘갸우뚱’
원희룡 제주지사 “이재명 기본주택, 文정부 주택정책과 오십보백보”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을 두고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해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이끈다는 기본주택의 근본적인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과연 의도대로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 공공이 공급하는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상당량의 물량 공급 없이 시장 안정화가 가능하겠냐는 물음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예전과 달리 공공주택의 질도 개선되고 있고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도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주택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이 간다”면서도 “하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지사의 기본주택 정책은 괜찮아 보이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명확하게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본주택에 대한 실현 가능성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사실상 10년 이상이 지나야 성과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정권이 바뀔 경우 정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기본주택 현실화를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나 개정 등 제도적인 개선은 물론, 유연한 기금조달을 위한 금융지원도 함께 따라가야 하는 데 적절한 시기에 실현될 수 있냐는 것이다.

‘경기도 기본주택’이 여태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과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토론회가 열린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희룡의 안심주택 vs 이재명의 기본주택’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서울시민을 전세난민, 벼락거지, 세금거지로 만든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과 오십보백보”라는 말로 이 지사의 정책을 평가절하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이라는 것도 공공기관이 건설해 매각하고 보유하는 식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요약하면 공공임대주택”이라면서 “기본주택 분양형도 결국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도입한 것을 조금 손본 수준에 지나지 않은 정도로 국민의 일부 계층에만 해당할 뿐 국민 전체가 원하는 주택 유형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본주택’에 맞서 “저소득층 소득의 30%를 넘는 임대료에 대해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차등 지원하는 ‘안심월세’를 도입하고 수요자의 기호에 따라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안심주택’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안전진단과 노후도 기준 원칙적 폐지 ▲도시정비 및 개발 권한 지방 이양 통한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등을 내세워 부동산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지사가 언급한 불로소득 환수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은 불로소득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전세가 소멸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데 부족한 전세를 대신할 공공주택 물량이 나오지 않는 시점에서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선진국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50%도 안 되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약 80%라는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저소득층이 느낄 위화감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만큼 불로소득 환수 발언이 이해된다는 시각도 이어져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다.

경기도 기본주택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 내에서도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사진=아유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