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서승아 기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세입자 위로금이 1억 원에 육박하는 등 되레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 ↑
신규 계약 vs 갱신 계약 격차 더 벌어져
4일 유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31일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된 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소송이 벌어지는 상황과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꼼수도 판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5월)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4월 기준 올해 계약 갱신, 종료와 관련된 분쟁 접수 건수는 97건으로 전년 대비 대폭 늘었다. 지난해 개정된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인 1~7월 12건에 불과하던 분쟁 접수는 8~12월 110건으로 크게 늘었다. 전년(7건) 대비로는 15.7배가 증가했다.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 건수도 지난해 8월 이후 지난 4월까지 월평균 7575건에 달했다. 법 시행 전 월평균 4000~5000건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울러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전세보증금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서울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체결한 갱신 계약이 내년 7월부터 만기가 돌아오고 통산 만기 6개월 전에 계약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앞으로 1년 안에 전셋값 인상 이슈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나섰다.
지난 5월 31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게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시 내에서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격차가 평균 1억 원 이상 벌어진 곳이 속출했다.
구체적으로 종로구는 1분기 1126건의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평균 계약 금액은 9억1902만 원으로 갱신 계약의 평균 전세 계약 금액 7억5605만 원보다 1억6297만 원을 웃돌았다. 중랑구(1억4647만 원), 은평구(1억1355만 원), 중구(1억134만 원) 등 서울의 서민, 중산층 주거 지역에서도 신규, 갱신 계약 간 평균 전세보증금 격차가 1억 원 이상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강남 전세값 폭등에 퇴거위로금도 인상
“임대차법 시행으로 1개 아파트 2가지 전세값”
이 같은 분위기에 퇴거위로금이란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합의금을 뜻한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이라도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의 전세금 차이가 2배 넘게 벌어진 데다가 목돈을 주고서라도 세입자를 내보내려는 집주인과 집을 비워주는 조건을 한몫 챙겨보려는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서울 강남구에서는 1억 원에 육박하는 위로금도 등장했다.
이처럼 규제로 옥죄다 보니 되레 뒤에서 주고받는 위로금이 치솟는 등 암시장만 활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집을 매도하기 위해 집주인이 잠깐 실거주하는 편법도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잠시 거주하면서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것이다. 관련 법령상 기존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은 2년간 새 세입자를 들일 수 없다. 다만 이 기간에 집을 팔아선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개정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시장에선 매수 후 즉시 입주가 가능한 집이 세를 낀 집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정식계약서에는 전ㆍ월세를 법정 상한선인 5%만 올리기로 한 뒤 추가로 월세를 받는 이면계획도 적지 않다. 전세 계약을 할 때 보증금과 일종의 선월세를 받은 뒤 특약으로 2년 후 퇴거할 때 선납한 월세를 반납한다는 내용을 넣는 방법도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선월세를 못 받게 하는 것이다.
김상훈 의원은 임대차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이뤄진 갱신 계약의 평균 전셋값은 5억2675만 원, 신규 계약은 4억4227만 원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갱신 계약 평균 4억6199만 원, 신규 계약은 5억1999만 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신규 계약이 평균 8000만 원가량 오를 동안 갱신 계약은 거꾸로 6000만 원가량 하락한 것이다.
이어 김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인 임대차법으로 인해 한 아파트 두 전세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라며 “시장 논리에 맞지 않게 전세금 인상폭을 강제로 조정하면서 되레 신규 시장의 진입장벽만 키워 서민들 부담만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값 이원화와 과도한 위로금 요구가 관행으로 자리 잡을 경우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가격 형성 과정을 정부가 억지로 통제해 낳은 결과다. 신규 계약은 갱신 계약처럼 전월세상한제(5%)를 적용받지 않는데 한 번 체결한 전세 계약에 4년간 묶여 있어야 하는 집주인으로서는 4년 후 가격 전망이 불가능해 받을 수 있을 때 많이 올려 받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라며 “게다가 앞으로 갱신 물량이 모두 신규로 전환되면 전세 이원화는 잦아들겠지만 또 한 번의 전셋값 급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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