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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경제-부동산/기획특집

닻 올린 ‘공공재개발’에 몰리는 투자 수요… 시장은 ‘기대반 우려반’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대. <사진=아유경제 DB>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지난해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공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서울 빌라 가격ㆍ거래량 상승세도 가파른 가운데, 시장에선 공공재개발 관련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정부의 투기 방지책이 불가피해 투자에 특별히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정비구역 대상 1차 후보지 8곳 선정… 오는 3월 2차 선정 앞둬

이달 15일 국토교통부(장관 변창흠ㆍ이하 국토부)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1차 후보지로 ▲동작구 흑석2구역 ▲영등포구 양평13구역, 양평14구역 ▲동대문구 용두1-6구역, 신설1구역 ▲관악구 봉천13구역 ▲종로구 신문로2-12구역 ▲강북구 강북5구역 등 8곳을 선정했다.

공공재개발은 재개발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해 용적률 상향(법적 상한의 120%까지 허용)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도시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 대신 신규 주택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나머지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짓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번 후보지 선정은 지난해 공공재개발 공모에 참여한 70곳 중 도시재생지역 등 공모 대상이 아닌 10곳을 제외한 60곳 가운데 이미 정비계획(안)이 마련돼 있어 검토ㆍ심사가 용이한 기존 정비구역 12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모두 역세권에 위치한 기존 정비구역으로 사업성 부족,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평균 10년 이상 정체된 곳들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에서 공급 가능한 물량을 약 4700가구로 추산했다.

후보지로 선정된 8곳은 주민 동의를 거쳐 LH와 SH가 공공시행자로 지정되며,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특례가 적용된 정비계획을 수립해 이르면 연말까지 후보지를 공공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최종 확정해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공공재개발 공모에 참여한 신규구역 56곳 중 도시재생지역 등 공모대상지가 아닌 곳을 제외한 47곳에 대해서도 구역 여건 및 개략적인 정비계획을 신속히 검토해 오는 3월 말까지 2차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재개발 기대감에 서울 빌라 가격ㆍ거래량 ‘껑충’

공공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빌라 투자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재개발 카드를 꺼내든 이후 활성화된 서울의 빌라 거래는 최근 1차 후보지 발표로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달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서울의 빌라(연립ㆍ다세대) 거래량은 6만7421건이다. 2019년 4만6189건보다 약 46%(2만1232건)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17년 이후 첫 증가세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최다 거래량이다.

정부는 지난해 ‘5ㆍ6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 따라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작년 6월 서울의 빌라 거래량은 6755건을 기록했고, 이어 7월에는 8613건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1~5월 월평균 거래량이 5077.8건인 것과 비교하면 6월은 33%, 7월은 70%가량 거래량이 급증했다.

공공재개발 본격화에 따른 빌라의 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7~12월 5개월 동안 서울의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2억9881만 원에서 3억1946만 원으로 2065만 원 상승했다. 이는 직전 2년(2018년 7월~2020년 7월) 상승분 2078만 원과 비슷한 수치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사업지에 투기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8곳 총 12만9979㎡를 지난 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후보지 모두 역세권 주변의 기존 정비구역으로 공공재개발 추진으로 투기 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내년 1월 25일까지 1년간이며, 시는 만료 시점에 연장 여부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ㆍ상가ㆍ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시ㆍ군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를 받은 자는 일정 기간 자기 거주ㆍ경영 등 허가받은 목적대로만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 주거용은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공공재개발이 가시화하면서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향후 공모 신청구역에 대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갈 길 먼 공공재개발… ‘묻지마 투자’ 주의해야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데다 세부 조건도 확정되지 않아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재개발의 근거가 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어느 시점 주택 거래까지 입주권 대상이 될지는 도시정비법 개정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기존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거래부터 입주권을 부여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또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건물 등기일이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입주권을 많이 받기 위해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짓는 등의 일명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제도가 권리산정기준일이다.

최근 8곳의 후보지가 발표된 기존 정비구역의 권리산정일은 기존 정비구역 지정일이다. 도시정비법은 정비구역 지정고시일을 권리산정일로 지정하고 있다. 1차 후보지인 동작구 흑석2구역의 경우 2008년 9월 11일 정비구역 지정이 고시됐고, 이날 이후 ‘지분 쪼개기’를 한 주택 소유자에게는 입주권이 부여되지 않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오는 3월 선정될 신규 구역 역시 공모공고일(지난해 9월 21일) 이후 ‘지분 쪼개기’로 생긴 주소지에 대해서는 입주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날 이후 신축된 빌라를 매수한 이들은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공공재개발 후보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빌라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며 “매물을 매입하기 전 등기일이 권리산정기준일 이전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입주권이 안 나오는 ‘물딱지’ 물건을 무턱대고 투자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주민동의율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LH, SH 등 공기업이 단독 시행자가 되려면 주민 2/3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고, 조합과 공동사업으로 진행하려면 주민 1/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는 조합원의 비례율이나 분담금을 추정할 수 없기에 기대감이 큰 상황이지만 정확한 사업성 분석 결과가 나오면 찬성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1차 후보지 중 ‘알짜’ 사업지로 꼽히는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최근 정부가 제시한 평당 분양가 및 용적률에 대해 사업성이 현저하게 낮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25일 SH 등은 흑석2구역 추진위에 3.3㎡당 평균 3200여만 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전달했다. 또 용적률 450%를 적용해 1310가구를 짓고 층수 상한을 35∼40층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진위는 공공재개발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최소 4000만 원 이상의 분양가를 기대했지만, SH가 제시한 조건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져 주민 동의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흑석2구역 인근 신축아파트인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의 시세는 현재 3.3㎡당 5700만 원에 달하는데, 적어도 시세의 60~80% 수준으로는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흑석2구역 추진위 측에 전달한 내용은 수익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언급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사전 협의차 진행된 부분이고 추후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