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전셋값이 급등한 상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금리 인상, 원자잿값 급등 등 복합적 영향으로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다수 소식통 등은 올해 상반기에만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 액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부동산시장 내 ‘깡통전세’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라고 설파한다. 특히 사실상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으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본보는 아파트 전세 사기를 둘러싼 시장의 분위기와 현재 상황 등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액 역대 ‘최대치’ 경신
수도권 지역 피해사례 ‘집중’
전세금반환보증 사고ㆍ사례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이달 1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사고가 1595건에 이르고 사고금액은 3407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사고금액의 경우 ▲2019년 3442억 원 ▲2020년 4682억 원 ▲2021년 5790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꾸준히 급증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상반기까지 사고액은 3407억 원으로 2019년 한 해 액수와 맞먹는 수준인 것을 고려해 볼 때 단순 계산 시, 올해 전체 사고금액은 약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HUG가 대신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고 향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전세보증보험제도가 있지만, 보증금 3억 원 이하 사건의 비중이 89%에 달해 서민의 피해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제도는 법적으로 주택임대사업자가 반드시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년 미만 전세계약이나 수도권 7억 원ㆍ지방 5억 원이 넘는 고액 전세물건은 보증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며 현금이 필요한 날 전세금을 맞춰 받기는 까다롭다.
전세금반환보증 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자연스레 대위변제금액도 매년 상승 추세다. 이는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2019년 2836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4415억 원으로 상당한 상승폭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5040억 원을 찍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HU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역시 2946억 원을 기록하며 대위변제금액 부분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사고도 주택 유형별로 다양하다. 다세대주택 세입자 피해 사례가 924건(피해액 1961억 원)으로 가장 많고, 아파트가 389건(909억 원), 오피스텔이 211건(413억 원), 연립주택이 47건(93억 원)으로 뒤를 따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내 반환사고 건수가 622건, 피해액은 146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경기도가 420건, 1037억 원을 기록해 수도권의 피해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깡통전세’ 증가… ‘세 모녀 전세 사기’ 피해액만 298억 원
2030세대 위험성 높아져… 정부 “대책 내겠다”
전세보증금 피해 유형 중 대표적인 것은 최근 부동산시장 내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깡통전세’다.
깡통전세는 매매가격이 전세금보다 낮아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로 보통 전세가율(주택 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로 간주한다. 집주인이 시세 차익을 노리기 위해 갭투자를 감행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자신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가율을 높여 계약을 진행하는데 집값이 내려가지 않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시장처럼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돼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각종 거래를 중단하면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깡통전세’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깡통전세’를 고의로 유도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신축 빌라의 경우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시세가 형성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인데 이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전세보증금을 설정한 뒤 세입자에게 덮어씌우는 방식이다.
최근 검찰에 기소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세 모녀 깡통전세 사건’ 역시 이 같은 수법에 해당한다. 분양이 잘 안 되는 신축 빌라를 건축주와 분양 대행업자로부터 수백 가구를 위탁받아 전세금을 뻥튀기한 뒤 착복한 사례인데 피해자만 136명, 피해액수는 29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용의자들이 주된 범행 대상으로 20대와 30대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인적사항이 확인된 피해자 128명 가운데 20대가 13%(17명), 30대가 70%(89명)에 달해 피해자 중 2030세대가 80%를 넘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거래 자체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수반돼야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거나 사회생활을 처음 경험하는 초년생들이 사기꾼들의 잠재적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상당히 조직적으로 범죄가 행해지는 경우도 많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미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이들을 적절하게 지원하고 추후 강력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귀띔했다.
다행히 정부는 전세 사기 사례가 속출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HUG 서울북부관리센터에서 개최된 전세 사기 관련 간담회에서 “임차인의 소중한 전세보증금을 사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인 만큼 피해자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까지 포함해 가까운 시일 안에 전세 관련 피해 예방 및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세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검찰도 전세보증금 사기범죄와 관련해 ‘원칙적 구속수사’를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고, 서울서부지검은 형사4부 산하에 전세사기전담팀(가칭 전담팀)을 구성하고 이달 18일부터 가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과 서민의 피해가 늘어 민생 안정에 위협이 되는 만큼 현 사태가 수그러들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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