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대재해법 두고 법안 통과 ‘비판’
[아유경제=권혜진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오전 회의 정회 후 “(중대재해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의결된 제정안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정해졌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노동자들이 여러 명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영책임자가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형을, 법인이나 기관은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쟁점 중 하나였던 법 시행 기간의 경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원청 업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공무원 처벌 부분도 제외됐다. 공무원이 가진 인ㆍ허가권이 중대재해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하한형은 상한형으로… “사고 예방 노력 고려해야!”
중대재해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건설업계는 즉각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8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중대재해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 후 입장문을 내며 “유감스럽고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입법은 한쪽에 치우친 여론에 기댄 입법”이라며 “법의 체계는 고사하고 상식과도 거리가 먼 법안을 오직 한쪽 편의 주장만을 들어 질주에 가깝게 밀어붙였다. 무력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서 “법안은 기업과 대표자를 처벌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사고의 방지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고 이를 감안해 주려는 고려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건설기업이 보유한 현장이 수백 개에 달한다며, CEO가 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대형 업체의 경우 한 업체당 300개의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해외 현장까지 있는 상황에서 본사에 있는 CEO가 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젠 사고 나면 범죄인이 되는데 과연 살아남을 기업과 CEO가 있겠는가”면서 “엄벌주의가 아닌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하한형(1년 이상 징역)은 반드시 상한형으로 고쳐야 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면책하는 조항을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16개 건설 관련 단체가 회원사로 있다.
야당 대표 만나 중대재해법 개정 요구
한편, 경제계 역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벌법 보완 입법을 요청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영윤 전문건설협회장 등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주 원내대표를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회장은 “기업인을 범죄자로 내모는 법”이라고 표현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각종 규제가 무더기로 국회를 통과하며 (사정이) 더 악화할 처지”라고 밝혔다.
이들은 ▲징역형 하한 삭제 및 상한선 규정 ▲경영책임자가 관리자 의무 다한 경우 처벌 면제 ▲건설업 등 업종 특성 반영을 고려해 중대재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 조문에 문제가 많고 위헌 요소가 있어, 그대로 통과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고 법안 심리에서 많이 수정하고 삭제했다”며 “최악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 게 이 정도”라고 말했다.